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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Jul 09. 2022

생의 집착

메니에르 증후군



  2주 전부터 귀가 먹먹하고 어지럼증이 심했다. 구토할 정도로 어지러움이 심해서 조퇴까지 했다. 조퇴하고 직장 근처에 있는 이빈후과를 방문했다.이석증검사와 청력검사 등등을 했고, 이석증 의심소견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이석증인지 메니에르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약을 지어먹고 며칠은 괜찮아서 안 갔는데 또 어지럼증과 구역감이 들어서 쉬는 날 다른 이빈후과를 갔다. 다른 곳에서도 이석증 검사와 청력검사를 했지만 병명이 무엇인 지 알 수 없었다.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다고만 들었을 뿐, 그럼에도 또 어지럼증이 시작되서 오늘은 대학병원에 갔다. 이빈후과가 아닌 신경과를 갔더니 이석증이 아니라면 메니에르 증후군이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다음주에 MRI를 찍고 확인한 다음에 병명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메니에르는 병이 아니라 증후군인데 그걸로 추정하고 거기에 맞춰 치료를 하는 거겠지. 희귀 질환이라고 하던데 진짠 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지럼증과 구역감은 계속 있고 멍한 느낌이다. 정신과 약을 먹은 것처럼, 머리에 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몽롱하고 꿈을 꾸는 기분인데, 원래 이런건가. 약을 먹으면 머리가 심하게 아프진 않지만 멍하고,

심지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얼 먹어도 맛이 없다.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억지로 먹는 느낌. 맛이 있나. 먹으면 토할거 같으니 먹고 싶지 않다. 심각한 느낌이 든다. 약을 먹으면 더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별의 별일이 다있다.


 사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이런 신체적 고통 하나 하나에 집착하고 싶지 않은데 괴롭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 어지러운 건, 토할 거 같은 기분은, 이런 기분으로 계속 살 바엔 죽는 게 낫다. 어떤 큰 병이 온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까.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걸 너무 잘 아는 데, 중환자실에서 눈 떴을 때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잊을 수 없는데, 손 발의 결박, 혼자서 숨 조차 제대로 쉬지 못해 기계가 호흡을 불어주는 대로 쉬어야만 했던 끔찍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는 데, 아프고 싶지 않다. 그정도로 아플 바엔 차라리 죽고 싶다.

이 병이 무엇인지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괴롭다. 약을 먹고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데도 잘 수가 없다.


 꿈 속에서 지하 동굴 안에 벌거벗은 남녀들이 있고 나 또한 속옷만 입고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계속 얼굴이 바뀐다. 한국 사람 이었다가 갑자기 흑인이 되었다 어쩌면 아랍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나는 응했다. 이상한 꿈들이 뒤섞인다. 왜 어두컴컴한 동굴인가. 사우나 같기도 했고, 목욕탕 같기도 했다. 목욕탕이 꿈 속에서 계속 나온다. 목욕탕. 왜지. 벌거벗은 남자 여자들이 나오고 어떤 행위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이미지로 나타난다. 때로는 노파도 있었다. 노파. 아니 할머니. 나체의 할머니를 누군가 때렸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 맨 살에, 주름지고 패인 살에 채찍으로 때렸다. 채찍을 맞고 할머니는 어땠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춤을 추기도 했다. 나체로, 할머니는 춤을 추고. 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나의 무의식 중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 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분명한 건 나체로 계속 나온다는 것,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실오라기 하나 내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고 돌아갈 때 죽을 때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실은 내가 가진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이런 꿈을 꾸나 싶다. 억눌리고 비뚤어진 욕망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갇혀있다. 가진게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진실이다. 아무것도 없고 언젠가는 떠날 것이고 나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겠지. 잘 알고 있다. 눈이 흐려지고 정신이 흐려진다. 어떤 전조증상이다. 부작용이다.


어떤 약은 내 정신을 지배하고 흐릿하게 만들면서 아무말이나 하게 만드는 데 이 약이 그런 약인 것 같다.

몸에 어떤 화약작용을 일으켰을까. 이 몸은 어떻게 생겨먹은 몸일까. 나으라고 복용했지만 증세가 심화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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