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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12. 2020

엄마의 거울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쫓아갑니다.

몇 달 전 아이 친구들은 도화지를 주면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데 내 아이는 글자만 적고 있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었다. 왜 그럴까? 아이들은 그림이 먼저 익숙하고 그림 그리는 일 색칠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유독 글자만 적을까? 싶어서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글자 공부는 아이가 편해할 때 하고 싶어 궁금해 하면 교육을 하자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은연중 아이에게 글을 깨우치게 강요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그건 나의 영향이 크다 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 생겼다. 생전 그림 그리는 일에 관심이 없고 색칠하는 건 더더욱 싫어하던 아이가 오늘 저녁 뜬금없이 도화지를 달라더니 열심히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나갔다. 문득 그게 나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최근 며칠 아주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는데 굴러다니는 종이를 붙잡고 펜으로 스스슥 그림을 그렸다. 창의적인 그림은 잘 못 그려서 오랜만에 산 동화책을 보고 스스슥 그리고 아이 사진을 보고 스스슥 그려 보려고 했다. 도화지를 주면 글씨만 열심히 쓰던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글씨 말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낯설기도 하고 내 영향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 엄마는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와 닿는 구절을 열심히 적고 혹은 생각이 떠오르면 노트에 끄적이는 모습을 아이는 보지 않는 것 같았으나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며칠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아이는 오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는 자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아이에게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아이는 왜 글자만 쓰지? 왜 그림은 도통 그리지 않는 거지?라고 말이다. 아이는 보이는 것만 보고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인 것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내가 글자를 쓰면 아이는 글자를 쓴다. 내가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아이는 유튜브만 볼 것이고 내가 책을 보면 아이도 책을 보겠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배경 이미지 출처: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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