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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18. 2020

당신은 오늘 별일 없으신가요?

나는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나는 '별일 없지?'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슬픈 말인지 잘 알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별일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별일 없지?'라는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어... 그래 잘 있어.. 별일 없지'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간다. 상대방이 별일이 없을 것을 확신을 갖고 한 물음에는 정해진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별일이 없다.' 


어떠한 질문은 미리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보는 질문 들이 많다. 상대방의 의중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듣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그중 하나가 '별일 없지?'라는 말이다. 적어도 20대 때 아니 결혼을 하기 전 까지만 해도 별일은 없었다. 하지만 서른이 넘고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보니 별일이 없을 수가 없다.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이지 햇빛같이 빛나는 날을 바라보고 행복과 즐거움에 젖어 사는 날이 별로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이래서 연륜이라는 말이 있구나 싶다. 


'별일 없지?' 나는 그 질문에 여전히 '응~ 좋아 별일 없어 괜찮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내 안부를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안부를 물을 때 되도록 별이 없냐고 물어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을 한다. 서른을 넘어 마흔에 다다르는 지금 별일이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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