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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19. 2020

맑은 가을날

우리는 여전히 집에서 주말을 보냅니다.

코로나 이후 몇 번의 주말이 지나갔고 봄을 지나 여름, 그리고 가을이다. 이번 주는 하늘이 유난히도 높고 맑았다. 미세먼지도 없고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는 가을. 작년에는 주말이면 꽤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매주 다니며 책 쓰기 수업을 들었다.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감각을 느끼면서 주말을 보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었던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다. 나는 도서관에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일이 당연했고 아이는 유치원에 가는 일이 당연했다.

봄과 가을이면 유치원에서 김밥을 싸서 소풍을 다녔고 매일매일 친구들과 만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 먹을 때가 되어 겨우 달래 집으로 들어왔었다.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낸 친구들과 아쉬워 놀이터에 있다가 서로의 집에 가서 실컷 놀고도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집 앞을 나가는 일도 날이 좋아 하늘이 맑더라도 몇 번을 고민 끝에 나가게 된다. 유치원에 나간 지 너무 오래라 아이가 다시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고 지금 정말 보내도 괜찮은지 어른인 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난 사진을 찾다 보니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는 것이 이제 와서 알 수 있다. 소풍을 가는 아이를 위해 작은 김밥을 싸고 아침 일찍 일어나 유치원 버스를 타고 하원 후에 날이 좋으면 놀이터에서 밥 먹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작년에 우리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고 올해 이렇게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이에게 평범한 일상을 물려주지 못한 것이 어쩌면 내 잘못 같기도 하고 어른들의 잘못 같아서 하루하루 미안한 마음이 굴뚝같다. 어른들의 일상도 무너졌지만 아이들의 일상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언제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장담도 할 수가 없다.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낙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세 식구가 주말 식탁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웃고 떠드는 일뿐이다. 오늘도 홈호프 오픈입니다~ 스트레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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