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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22. 2023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 도나 잭슨 나카자와

총점: 9.5/10


- 한 줄 평

"A true act of goodwill always sparks another" - from a movie "Klaus"



- 내용 정리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초반부에선 미세아교세포와 그 기능에 대해서 설명한다. 중반부에선 미세아교세포가 일으키는 다양한 병에 대해서 설명한다. 후반부에선 미세아교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들과 앞으로 의학 발전 방향, 총정리로 마무리한다.


이 책의 큰 특징은 저자가 과학 전문 기자이기에 다양한 분야를, 미세아교세포라는 주제로 엮어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기본 주제인 뇌과학 분야의 연구 논문들과 함께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에서 다뤘던 장내 미생물과 자가면역질환부터, "블루 드림스"의 약물 치료법, "마음 챙김" 같은 명상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룬다.

게다가 이렇게 너무 방대한 분야들을 한 가지 주제로 엮으면 자칫 글이 산만해지거나 지루해지기 쉬우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문을 던지고, 추리하듯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저자의 능수능란한 서술로 읽는 맛 또한 일품이다.


다만, 읽고 나서 전율이 흐르거나 압도적인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땀, 한 땀 엮어낸 장인의 태피스트리 같은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저자의 뛰어난 필력이 담긴 목차로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프롤로그. 몸이 뇌를 공격하다


하나. 신경생물학은 내 운명

둘. 10미터 구덩이에서 3미터를 올라왔지만

셋. 아군의 포격

넷. 온 동네가 미세아교세포 세상

다섯. 몸뚱이와 뇌를 잇는 다리

여섯.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

일곱. 신종 전염병

여덟. 뇌를 해킹하다

아홉. 궁지에 몰린 영혼

열. 알츠하이머병의 미스터리가 풀리다

열하나. 시냅스 소생 대작전

열둘. 재부팅된 우리 집 원더우먼

열셋. 우리 머릿속의 소방관

열넷. 가장 빠른 치료법?

열다섯. 미래의 의학

열여섯. 최종 분석


에필로그

감사의 글

참고문헌



- 감상: 패러다임 시프트의 3가지 사례 (과학, 글쓰기, 태도)

다양한 분야를 미세아교세포로 엮어낸 저자의 필력에 영감을 받아, 이번 서평 감상에서는 과학/글쓰기/태도라는 3가지 항목을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주제로 풀어본다.


우선 책에서는 뇌과학 분야의 패러다임 시프트, 다시 말하면 서사의 전환을 주로 다룬다. 정신과 몸은 분리되어 있다는 고전적인 이론에서부터 뇌와 나머지 몸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비교적 최근의 의학 이론까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던 패러다임을 미세아교세포와 뇌의 림프관 등 최신 의학적 발견에 기반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깨부수며 뇌와 몸이 소통한다는 이론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과학이 발전하며 기존 이론으론 치료법을 찾지 못해 고통받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견딜만하게 도와주는 과정을, 책은 실제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며 감동적으로 서술한다. 그 전체 과정에는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 병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힘들고 고된 실험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호의가 녹아들어 있다. 참으로, 진정한 호의의 행동은 언제나 다음을 불러일으킨다. (A true act of goodwill always sparks another)


두 번째로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변화했다. "볼륨을 낮춰라"나 "결혼학개론"의 서평에서 적었듯이, 나는 기자가 쓴 책을 저평가했었다. 예시만 많고 핵심은 부족하다거나 선동과 날조로 가득하다고 혹평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기자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의 장점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한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는 이 책처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그 속에 담긴 공통된 원리를 풀어내기 쉽지 않다.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정의하고 특징을 설명한 뒤, 해결 방법과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 학술적 글쓰기의 지루함에 갇히기 십상이다.

반면에 과학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탄탄한 학술적 근거들과 함께, 환자와 의사, 연구자들의 삶과 태도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지식과 재미를 둘 다 잡았다. 새로운 의학 치료법을 널리 알려 환자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고자 하는 그녀의 진정한 호의가 담긴 이 책은, 기자가 쓴 책은 별로라는 내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연구자들에게서 시작된 호의가 저자를 거쳐 수많은 단계를 지나 내게 닿았다. 참으로, 진정한 호의의 행동은 언제나 다음을 불러일으킨다. (A true act of goodwill always sparks another)


마지막으로 효율성보다는 재미를 지향하는 태도로의 변화를 말하고 싶다. 저자는 책에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한 해답을 찾아도, 이어지는 다른 의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던진다. 답을 모르는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이 막막한 탐구 과정을 저자는 정말로 재미있어한다. (예를 들어, "하지만 얘기가 진짜 재미있어지는 건 바로 지금부터다." 책:211/633 등)

이에 비해, 난 답이 없는 과정을 찾을 때 답답해하고 조급해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수능 공부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 빨리 답을 찾는 연습을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면, 한국 사회는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의 해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즐기기보단, 답이 있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찾아 나서는 과정에 집중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경쟁품보다 싸면서도 품질은 좋은 제품들을 잘 만든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비싼 소비재 산업보다는,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좋은 중간재를 만드는데 적합하다.

하지만, 인구수 감소에 따른 국가 경쟁력 저하와 위협적인 경쟁국들의 부상을 고려하면, 이제는 중간재에서 소비재 산업으로 넘어가야 할 때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효율성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단, 재미를 소비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재미를 생산하는 태도에 방점을 찍고 싶다. 구체적으론 명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저마다 독특한 DIY 제품을 만드는 문화를 말한다.


효율성에서 재미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위해서 우선, 나부터 가성비보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태도를 기르자. 그리고 호의를 담은 말과 행동으로 언젠가는 일으켜질 다음을 찾아 나서자.


P.S. 그런 맥락에서 5월 16일의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토론 때, 채식을 하지만 가끔 고기도 먹는다는 말을 하던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 외국인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되게 모욕적으로 들릴 거라는 말을 '정확히 말하면 그건 채식이 아니다'라고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태도를 익혀나가고 있다. 노력하다 보면, 화자의 의도는 놓친 채 본인의 신념에 빠져 원치 않는 조언을 반복하는 이의 생뚱맞은 말도, 순간적으로 재치 있게 받아넘길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지겠지.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호의가 내 하루에 담겨있는지 깨닫는다.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점점 다가오니, 이제야 옆에 있던 사소하지만 기적 같은 소중함들이 눈에 띄나 보다. 이 책도 내가 받은 수많은 호의 중에 하나다. 바라건대 부디, 내가 받은 호의의 반 만이라도 되돌려 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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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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