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루나무 Oct 09. 2020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요즘 약을 계속 바꾸면서 낮에 잠이 많이 온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낮잠을 한 시간 넘게 자게 됐고, 밤에는 약을 먹고 자는데도 전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아빠가 쉬는 날이라 같이 점심 먹고 집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 장 본다고 돌아다니느라 잠을 자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혼자 있으면 아침부터 틈틈이 자기 바쁘다. 피로가 많이 쌓여 있는지 아무리 자도 계속 잠이 올 정도이다.

 

저번에 스트레스 검사 받을 때 피로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쉰 지 여섯 달이 넘었지만 그간 감정 소모가 심했던 탓이리라 본다. 잠이라도 자두지 않으면 감정이 자꾸 올라오기에 그렇게라도 해야만 아무 생각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어서인 듯도 하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는 간단한 집안일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어,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개수대에 밥을 먹고 쌓아놓기만 한 설거지를 하거나 먼지 가득한 방에 청소기를 돌리는 일은 하고 있다. 그리고 용돈을 벌어야 해서 아르바이트를 조금씩 알아보지만, 코로나19로 지원해도 감감무소식이다. 알바 사이트에 들어가도 맞춤 알바를 보면 택배 상하차, 전화 응대하는 인바운드 같은 일은 많지만 출판이나 번역 관련 일은 없다시피 하고 사무 보조 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라는 메시지만 올 뿐, 사람을 뽑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지인의 소개로 원고를 봐주는 일을 조금씩 해서 용돈벌이는 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 앞에는 원고가 놓여져 있다. 목차까지 봤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다. 아니, 모든 원고를 초고부터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쓴 글도 아니고 그 사람이 쓰고자 하는 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고 있다. 많은 돈을 받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하는 것보다 많이 벌겠지.

  

안정이 찾아왔다 또 불안정한 나날이 찾아오지만, 어찌 되었든 살고 있다. 이렇게 살다가 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어떻게든 버티리라 생각한다. 아직 번역으로 먹고사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글을 읽고, 쓰고 있으니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분명 꿈을 이룰 테니까. 우울증이 와도, 공황장애가 와도 버틸 거니까.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 거니까. 분명 그러리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이전 05화 "살 좀 쪄야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