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되는대로
병원 검진실
삭막하게 깔린
얇은 매트리스 위에
네모나게 각이 진 나를 뉘인다.
차가운 금속 도구들이
드러난 몸뚱이 위로
무심히 척척 얹히고
내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비싼 옷
번쩍이는 장신구
굽이 닳은 구두...
가식의 모든 껍질을 벗고
이제 남은 건
빈 몸뚱이 하나
갈망의 울음
지금 잠시 멈추고
나모르게 한숨 좀 쉬었더니
가라앉은 먼지 일어난다.
갑자기 보이는
믿어왔던 ‘진심’이
병실을 부유하는
티끌과 같아라.
벌거벗은 맨살 위로
바쁜 손길 스치고
또 잠시 머물다
이별처럼 지나갈 때에
스스로 묻는다.
이게 나인가
나는 몸인가
마음인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 낸
무언가인가
이상은 -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