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신이 되지 못한 어설픈 육체를 원망하며..

삶 2.5 버전

by 책 커피 그리고 삶

푹신한 의자가 있는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데, 지나가는 젊은 친구들이 참 건강하게 보인다. 20대 젊은 시절, 대충 아무거나 먹고 술 먹고 담배를 피워도 건강을 걱정하지 않았던 시절을 생각하니, 오늘따라 한층 그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 한 달 전에 받았던 건강 검진 수치가 작년에 비해 많이 나빠졌다. 병원에서 따로 나에게 연락이 왔다. 꼭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라는 당부였다. 오늘 진료를 기다리는데, '아.. 진짜 뭔가 잘못된 거 아냐?'라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검진결과 갑상선에 혹이 생겼다고 하고 심장에 치명적인 칼슘수치가 비정상적이었으며, 고지혈 수치가 정산의 3~4배였다.


이름이 호명되었고 의사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수치는 모르겠고 그저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음... 조금 높기는 한데, 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장도 수준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좋은 것인지 다행인지 갑상선은 추적 관찰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고지혈증은 약을 먹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많이 충격적이었다. 10년 동안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운동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담배는 피웠지만 술, 과자, 라면 같은 것도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중성지방 수치가 관리를 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하.. 한숨이 나온다. 그동안의 운동으로 관리한 나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느껴졌다.



한때 불사를 꿈 꾸다


어릴 때, '초인 로크'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주인공은 알려진 모든 초능력과 특히 불사(不死)의 몸으로 병에 걸리거나 죽지 않았다(물론 만화에서는 목숨이 위태로운 장면이 나오지만..). 그것을 보면서 나도 혹시 불사의 몸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 같은 꿈을 꾼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 불사는 될 수 없지만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한다면, 불사에 가까운, 아니, 건강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도움이 되지만, 운동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오늘 깨달은 것이다. 내가 많이 착각을 한 것 같다. 20대 못지않은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부 장기는 외적인 운동으로 단련을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질환은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 참 신기한 것이 아버지, 할아버지도 탈모였고 두 분 다 뇌졸중이 있었으며, 당뇨를 가지고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두 분에 비해 덜 스트레스를 받고 꾸준히 운동으로 관리하는데, 딱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이 발전하여 미리 나빠지는 것을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운이 좋다면,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나 두 분과 똑같은 질병을 가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안 좋은 것을 안 먹는 게 건강 관리에 중요하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지금 절실히 느껴진다.



세 번째 인생으로 세팅할 시간인가


40살이 되는데,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향과 다짐을 담은 브런치 초기 글​을 쓴 적이 있다. 50대가 된 지금 다시 그때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다른 점은 40살부터의 삶이 2.0 버전이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지라 건강을 더한 2.5 버전의 삶을 새로 세팅할 시간인 것 같다.


꾸준히

운동하고 잘 챙겨먹는 생활 패턴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음식에는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카페의 달콤한 케이크를 포기해야 하고 주말 아침에 먹었던 애플 파이도 손절해야 한다. 커피는 내가 보았을 때, 휘핑크림이 얹어진 커피나 마끼아토는 아예 메뉴에서 지우고 카페라테 마지노선 같다.


'어쩔 거야? 받아들여야지.. 골골대면서 병원 다닐 거야?'


병원 가는 것이 참 싫어한다. 병원 도착해서 주차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참 지루하다. 하지만 제일 싫은 점은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약을 드셔야 됩니다."라는 말을 수용하는 순간, 완벽하게 건강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나의 자부심중에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더 나빠지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 받아들였지만 자존심에 난 스크레치는, 자동차에 스크래치를 지우기 위해 컴파운드로 닦아서 단번에 지우는 것처럼, 쉽게 지울 수 없다. 아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약을 먹으면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라는 컴파운드로 스크래치를 지울 수밖에 없다.


올해 검사가 쭉~ 예약되어 있다. 검사할 때마다 의사 선생님 입에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주기적인 건강 검진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크래치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자.. 불사의… 아니 불사에 가까운 건강을 위하여 오늘부터 고~~


P.S. 그동안 월급에서 까였던 건강보험료의 해택을 받을 나이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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