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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20. 2020

우울할 땐 '울면' 말고 지혜가 필요해

무너지지 않고 우뚝 서는 '멘털 관리법'을 생각하다

우리집 고양이 다행이는 햇살 좋은 날 창밖을 바라볼 때, 양쪽 눈의 검은 동공이 '1'자가 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나 맛있는 간식 앞에서는 가득 차 동그래지는 동공이 그렇게 상황에 따라 변하는 거다.

여기서 난 또 하나를 다행이에게 배웠다.

마주 보기 어려운 무언가를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에 대하여.


요즘 멘털 관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 같은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전문가의 말이나 글, 임상 연구결과, 논문보다 더 현실에 와 닿는 것이 있다. 바로 멘털 관리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방법(나름 터득한 노하우)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시선에 둘러 싸인 유명인들의 멘털 관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롭다. 카메라 앞에서 사전에 합의한 방송 사인대로 연기하는 것과 인간적인 면모가 구분이 된다.

아이유는 한 인터뷰에서 '기분이 안 좋을 때 푸는 방법이 있냐'는 질문에 '스스로 우울한 기분에 속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거지를 하든 안 뜯은 소포를 뜯든 무작정 '움직'이려고 한단다.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만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해요. 진짜로!


나는 이에 100% 동감한다. 살아있음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은 곧 살아있음이다. 그 전제 아래, 긴 시간 동안 부정적인 뉘앙스에 나를 스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부정적 감정이 내가 내어준 틈에 실컷 놀지 않도록 틈을 주지 않는 움직임. 내가 감정을 지배하겠다는 탁월한 각오와 실행이면 충분하다.

싸이는 한 인터뷰에서 악성 댓글(악플)에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에 '악플을 읽고 나면 곡이 잘 나온다. 악플을 읽으며 창작 욕구를 불태운다'라면서 이렇게 밝혔.

 5천만 명 중에
겨우 몇 백, 몇 천 명이 이렇게 말하는구나
하고 넘겨요.



방송인 김어준의 사례도 꽤나 독특하다. 그는 정치•시사평론을 하면서 자신의 진영논리로 권력에 대항해 음모론도 펼치고 선거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필요할 땐 시민들의 모금운동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는 인플루언서. 현재 TBS 교통방송에서 대한민국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 1위를 수년째 이끌어 내며 덥수룩한 외모에 어눌한 말투임에도 방송인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재계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반대 진영의 사람들에게 악플 세례를 수도 없이 받지만, 거의 무너진 적이 없다. 오히려 "난 좋아~ 쫄지마! 밭을 갈자고~!!" 하면서 공격한 쪽을 무색하게 만든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무너졌을 공격인데도 그가 건재한 비결은 뭘까?

그는 과거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진행자였던 20대 여성 가수의 고민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방송이든, 누군가든,
어떤 힘 있는 권력이든, 시스템이든
특별히 그걸로 덕 볼 생각이 없어요.


"눈치도 봐야 고,  비위도 맞춰줘야 하고, 자기 검열을 해야잖아요. 거꾸로, 내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서 (내 매력을 알아보고) 좋아할 사람들은 좋아해 주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다행이가 햇빛에 응시한 눈동자의 크기처럼 내가 담을 만큼만 내 마음의 시선을 조절하면 되는 거였다. 부정적 감정, 우울이나 짜증, 분노에 머무르지 않는 시선처리가 주효했다. 이러한 감정 컨트롤은 이 코로나 블루 시대에서, 아니 인간 사회에서 사는 동안은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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