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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9. 2023

글쓰기 영감 얻는 방법

작가님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세요?

제가 작가라서 꾸준히 글을 쓰는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꾸준히 글을 써서 작가인 겁니다. 즉, 친구가 똑같이 제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꾸준하면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근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꾸준할 수 있냐'거죠. 그게 잘 안 되니까 답답하다는 거죠. 매일 쓰면 된다? 말이 쉽죠. 습관으로 써라? 말이 쉽다고요. 막상 쓰려고만 하면 쓸 게 없다는 게 문제인데 뭘 매일 쓰고 습관처럼 쓰라는 거냐고요!!


...라고 반문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내놓는 대안은 이겁니다.


넘치게 하라.


네, 넘치게 하세요.


지금부터 최면처럼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가상의 컵'하나 떠올려 보는 겁니다. 길쭉한 유리컵입니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죠. 이걸 '영감의 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여기에 담을 거리는 '영감'이 되겠죠? 이 컵에 영감이 차올라서 흘러넘칠 때, 그때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표현의 수단을 찾습니다.   


말이 될 수도 있고요. 노래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림이 될 수도 있고요. 글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표현의 수단을
글쓰기로
상정한 것뿐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평소에 말로 풀거나 노래, 그림 같은 수단으로 해소를 한다면 글쓰기가 굳이 땡기지 않을 수 있는 건 어쩜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막상 하려고 하는데, 영감의 유리컵에 담긴 영감이 이미 다른 대체 수단들로 풀어진 거죠.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잘 대체하며 살고 있는 겁니다. 글쓰기까지 잘하면 멀티 플레이어인 거지 글쓰기를 안 하거나 못하는 게 못난 건 아닙니다.


혹 표현수단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면, 고루 분배하면 더 밸런스(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거고요. 표현수단이 너무 없으면 내 안에 쌓이기만 해서 마음의 병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적절히 활용하길 권장합니다.

자, 이제
글쓰기가
많은 표현수단 중에
하나라는 점과

'영감의 컵'이란
개념까지 이해하셨나요?


그럼, 선택하면 됩니다. 글쓰기를 할지 말진 자유입니다. 글쓰기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죠.


하지만 기왕 글쓰기를 하겠다고 상정하고 나서 '잘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이제 뭔가는 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주목하세요.  해야 하는 뭔가가 바로 영감을 쌓고 쌓아서, 컵에 따르고 따라서 흘러넘치게 하는 작업입니다.

KBS 라디오에서 글쓰기 코너 고정패널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방송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청취방법: KBS콩 어플 다운 > 다시듣기 > 말 트고 마음 트고 > 매주 금요일 방송 1월 6일부터 ~

각 잡고 시간을 내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은 일상에서 쉽지 않습니다. 잘 안 되는 게 정상이에요. 나를 다른 작가와 비교해서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거나 재능이 떨어진다고 자책할 일은 전혀 아닙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싶다면 지금부터 딱 이것 두 가지 문장만 기억하세요.


1) "돌아오는 O요일엔 OO주제에 대하여 O장 분량의 글을 쓸 테야"
2) "이거 그 글에 써야겠다."


매일 쓰겠다는 거 말고요. 그냥 이런  줄 목표를 비의식적으로 담아두는 겁니다. 매번 의식하지 않아도 계속 일상의 목표처럼 전제해 두고그냥 살아가는 거예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보이고, 들리고, 다가옵니다.


보이고, 들리고 다가온다고요. 이게 다른 말로 '영감'입니다.


영감을 얻는 일상을 살아가는 건 꼭 각을 잡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그냥 살던 대로 살면서 저 두 문장을 토대로 수시 메모를(음성기록, 문자기록 다 좋음) 한다거나,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기억을 해두면 됩니다.


메모를 하는 이유는 사실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중요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 기록해 두고 머리에선 날려버리기 위함이란 소리죠.

자, 그럼
실전으로 돌입해 볼까요?
1) 돌아오는 일요일 저녁 7시엔 책상에 앉아서 '빨간색'에 대한 주제로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쓸 테야.

라고 다짐했다면 그냥 살던 대로 사세요. 평소처럼. 그러다가 빨간색이 눈에 띄고, 관련해서 연상되는 무엇이 있다면 수시로 메모하세요.


그게 2) 번의 '이거 그 글에 써야겠다'라는 비의식적 외침입니다.


하세요. 녹음이든 텍스트 메모든 수시로. 저는요. 여자친구나 부모님과 통화를 하다가도 '잠시만요. 메모할 게 있어서요.'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메모할 거리가 떠올랐을 때 즉각 메모하는 습관은 초고를 작성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걸 주변 사람들이 존중할 정도로 몸에 밴 상태를 만든다면 일상 속에서 글 쓰는 환경을 잘 갖춘 것입니다.

밥 먹다가도 메모하는 김영하 작가

그리고 내가 정해둔 일요일 저녁 7시가 되었다면 어김없이 책상에 앉아서 메모 창을 띄워 놓고 차근차근 정리하는 겁니다. 그냥 키보드를 두드린다고 생각하세요. 메모를 토대로. 기억을 토대로. 지금 떠오르는 것, 새롭게 자료를 조사하는 것 다 포함해서 자유롭게.

'빨간색'이라는 주제가 특별히 시의성이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완성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초고를 써놓고, 아니 A4 1장을 다 못 채우고 덮어도 괜찮습니다. 실패한 게 아니에요. 너무 잘하셨습니다. 다시 한 주를 보내면서 영감을 넘치게 하면 되기 때문이죠.


말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의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영감도 비슷합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근질근질할 정도로 넘치는 무언가를 느껴본다면 글 쓰는 일은 더 이상 숙제가 아닙니다. 흥미로운 일상이 되는 거죠. 독자에게 전할 재미있는 스토리가 되고요. 정보가 되고, 감동이 되기도 합니다.


독자는 또 내 글을 보고 영감을 얻고 넘치는 일상을 살며 말이든 그림이든 노래든 글이든 표현하며 살아갈 겁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글쓰기 영감을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고, 어렵게 느꼈을 뿐입니다.


주제가 꼭 '빨간색'일 필요는 없겠지만, 제가 빨간색을 던진 이유는 - 이 주제로 글을 쓴다고 염두에 두고 한 주를 살았을 때 '빨간색'이 눈에 띄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연상력에서 옵니다. 얼마나 관련하여 연상할 수 있는가. 얼마나 풍성하게 연상하고 그걸 자기 언어로 정리해 독자가 쉽게 읽도록 전달해 낼 수 있는가.


문학적인 문장력이 필요한 시나 소설이 아니라면 유려할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문장력은 지금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거죠. 연상해 낼 수 있는 통찰, 그걸 관철시켜가야 합니다.

통찰은 누적해 온 관찰과 성찰에 기인합니다. 그걸 평소 사유하며 기록하고 정리한 반복이 연상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럼 창의성이 생깁니다. 나만의 언어로 구현해 내는 구사력이 좋아지는 거죠. 이 모든 걸 해내는 기초 작업이 영감을 쌓는 작업입니다.


어떤 주제도 좋으니, 정하고 나서(주제를 못 정하겠으면 옆에 있는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 주제와 같은 것, 혹은 파생되는 주제로 글쓰기에 도전하세요) 보이고 들리고 다가오는 걸 수시로 정리하는 일상을 살아가세요.


글쓰기가 즐거워질 겁니다.


글쓰기 인문학 특강 섭외 문의

Lhh2025@naver.com (이동영 작가)


https://naver.me/GZjK4n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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