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스탠드업 코미디다

원소윤 «꽤 낙천적인 아이» 독후감

by 이동영 글쓰기

원소윤 코미디언의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우리나라에서는 꽤 생경한 장르이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 쇼츠나 릴스 등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성역이 없이 19금, 정치풍자, 욕설과 조롱·비하가 난무하기도 해서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덕분에 막상 힘을 빼고 들어 보면, 어떤 이상한 해방감 같은 걸 만끽하게 된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스탠드업 공연을 직관했다. 어떤 관객들은 고요했고, 어떤 관객들은 코미디언의 숨소리나 표정 하나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외워둔 각본(레퍼토리)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관객들의 '물'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임을 알 수가 있다. 각본이 문제가 아니라, 관객들의 태도가 유교적일 수도 있고, 사회화된 관객들을 앞에 두고 코미디가 선을 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관객이 경찰에 고발해서 공연 중 끌려나간 코미디언의 사례도 있다. 나는 당연히 코미디 편이다. 공연을 돈까지 내고 보러 왔다면 그 공연의 콘셉트를 허용한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책 얘기는 하나도 없이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한 소회를 밝힌 이유가 있다. 원소윤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한 '원소윤' 외 등장인물들의 삶이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소설이 스탠드업 코미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나는 어떤 독자(관객)일까. 조신한 척하며 '저게 웃겨?' 하며 정색하는 독자일까, 완전히 캐릭터와 상황 속에 이입해서 멈추지 않고 서사의 맥락을 따라가는 독자일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데 멀리서 봐도 희극이다.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무대에 올라서' '제한시간 동안' '나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래, 영락없는 인생이다.

책은 에세이에 픽션을 더 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보통 소설가의 데뷔작은 자전적 소설이 많은 편이다. 대놓고 실명을 그대로 쓴 점은 꼭 시트콤 같기도 했다. 실제로 원소윤 씨는 공연에서 채식에 대한 주제로도 코미디를 하고 동료 코미디언으로부터 로스팅(불타기 전 아슬아슬한 주제로 상대를 긁는 코미디)을 당하기도 한다.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소재로 프롤로그를 쓴 패기부터 남다른 위트가 있다. 가정사의 리얼함은 그냥 에세이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소설이라고 해놓고 인생의 모든 캐릭터들을 성역 없이 로스팅하는 책 같았다. 그걸 꽤 낙천적인 아이라고 포장하는 그 수가 높아 보였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유머러스한 소설이 아니라, 블랙 유머 그 자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의 학력은 개인적으로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코미디언만 해도 UCLA부터 서울대, 유니스트, 포항공대 출신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 코미디 무대에 오르는 일이, 학창 시절 모든 시간을 다 바쳐 공부했던 가치와 맞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단순히 머리 좋은 이들이 하는 공연이 아니라 인생을 바치는 공연이란 생각까지 든다. 학력과 무관하게도 그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용감하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의 평균은 현실적으로 아직 돈이 안 되는 느낌의 공연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작권료 수익이 공연 수익을 초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코미디다.


트레바리 독후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