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소개팅 사전답사를 한다고?

용산 - 서대문

by 더쓰

2018년의 일이다. 한 친구가 소개팅을 한다고 사전답사를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소개팅을 할지를 물으니 해방촌에서 한다고 했고 이미 장소는 정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가서 맛있게 먹고 대화를 하면 되지 뭘 미리 가고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소개팅은 원래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저녁을 살테니 밥이나 얻어먹고 걸어서 갈거니 운동도 되고 일석이조가 아닌가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바로 그 설득에 넘어갔다.



20200911_154124.jpg 이촌역에서 서빙고로 향하는 길


잠깐 곁길로 걸을때 이날은 서빙고 역 근처 '웨스트빙고'라는 카페에 들렀다. 가끔 점심시간에도 가는 카페인데 카페 내부가 분위기 있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어 마냥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이 곳은 에그타르트가 메인이라고 하는데.. 그 외 메뉴도 많아보여 언제 또 가서 먹어봐야겠다. 이 날은 달달한게 땡겨서 바닐라라떼를 주문해 마시면서 갔다.


* (간접광고 안들어오나?) 유튜브 간접광고 느낌으로 적어보았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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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빙고의 모습(좌)과 바닐라 라떼(우)


2년전 그 날도 서빙고역을 지나 해방촌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는 소개팅에 대한 그 친구의 지론은 '소개팅 자리에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어느 식당에는 어떠한 메뉴가 메인이고 어떠한 카페는 어떠한 것들이 맛이 있고 이 정도 아는건 '노력'의 영역이므로 조금만 시간을 쏟으면 알 수 있기에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소개팀도 별로 안해봤으면서 무슨 철학이 있는건지.. 그래도 곱씹어 보니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00911_161412.jpg 녹사평역을 향해 올라가는 길
20200911_163346.jpg 해방촌의 언덕을 향해 가는 길


언덕을 올라 도착한 곳은 '더백푸드트럭'이라는 곳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햄버거로 유명한 곳으로 신용산에 최근에 2호점도 생긴 가게이다. 당시 그 친구는 '밥은 다른데서 먹고 여기서 야경을 보면서 2차를 보내면 좋을거 같다.' 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쭈뼛쭈뼛 친구와 가게를 들어가니 역시 커플들이 가득했고 여자들끼리 놀라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 날씨도 약간 더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무렵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던거 같다. 운이 좋게 친구와 서울뷰가 보이는 창가쪽에 앉았고 햄버거- 맥주 세트 2개를 각각 시켰다. 주변을 보니 남자들끼리 온 사람들은 한명도 없었다. 그래도 서울 야경이 주는 뷰에 압도되어 연이어 시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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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둘이 루프탑에서 백주 한잔(좌), 얼마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모습 (우)


사전답사를 한 이후 그 친구는 결국 소개팅을 했고 그 때 아내분을 만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현재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비단 소개팅에서의 사례였지만 그냥 '노력'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을 준비한다는건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해도 괜찮은 이야기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서울뷰가 한눈에 보이는 '더백푸드트럭'은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인거 같은데 가서 볼때마다 친구랑 둘이 햄버거- 백주 세트를 시키고 어색하게 사진을 막 찍어대던 그 날이 떠오른다. 이곳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어색하게 입구로 들어서던 그 날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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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9월 11일

걸은 시간: 3시간

날씨 :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거리 : 7km

걷기 루트 : 이촌역 - 서빙고역 - 이태원 - 녹사평 - 가로수길 입구 - 해방촌 - 남산 - 서울역 - 서대문

걷기와 함께 한 것들

- 탁피디의 여행수다 (팟캐스트)



20200911_170232.jpg 사람이 서의 없던 서울로 7017의 모습


P.S


그 날 '더백푸드트럭'에서 맥주를 마시고 혼자 서울역 쪽으로 내려와 '서울로 7017'이라고 불리는 고가도로롤 걸었었다. 그 날은 날씨가 좋아 서울로 고가 위에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전 갔던 이 곳엔 코로나로 통제를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져 이러한 명소들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날이 오게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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