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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Oct 17. 2024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08. 초롬이모의 꽃분할모화

오늘도 물레 연습 죽 쒔다.

초심자의 행운은 진작 끝나고 성장곡선 상 계단 모양 그래프 단계의 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잘 되고 있고 잘못되고 있는지 적으면서, 머리로 이해하고 똑똑하게 연습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차차 연습량을 늘려야겠다. 더디지만 늘고 있어..


흙 괴물 탄생


몸도 마음도 바삭하지 못한 무른 부침개처럼 흐물 하다.

아아, 부침개에 막걸리 한 모금 하고싶은 밤이다. 


배고파..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심규선 (Lucia) - 소로 小路 | 전곡 듣기, Full Album

https://www.youtube.com/watch?v=VsXejergRjI


모든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ko/  사랑해요




오늘의 주인공은 초롬이모님.

이분의 첫인상이 새초롬하게 느껴져서 초롬이모라는 닉네임을 붙여봤다.


마침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지역에서 사셨다가 이곳으로 이주하신 분이라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

'지연(地緣)'이라는 그 특별한 감정. 역시 인간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내가 담당하고 있던 고달픈 업무를 대신해주러 오셔서 더 반갑기도 했더랬다.

(도자기 기술 쪽으로 나를 더 키워주려는 푸바오의 배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작가님 그렇죠?)



아무튼 초롬이모님이 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시기에는

꽃분할모님이 사사건건 초롬이모님 쥐 잡이를 해서 걱정이 좀 되었다.



- 걔는 사람 말을 듣는 시늉을 안 해.

- 걔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줘야 해. 말을 못 알아듣는다니까.


라며 '어제는 적, 오늘은 동지'인 나에게까지 하소연을 할 정도로 이모님을 마음에 안 들어했다.


반대급부로 초롬이모님은 나에게 뭐 더 시킬 거 없냐고,

꽃분할모님하고 일 못하겠다고 할 일을 요청할 정도였기 때문에

중간에 낀 나는 한동안 눈치를 보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푸바오도 초롬이모가 저러다 적응 못하고 관두는 게 아닐지 걱정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벌어진 상황은 이렇다.

둘이서 아주 짝짜꿍 모녀지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 매일 배달 오는 백반집 한상을 차려 놓고 다들 한창 식사를 하는데, 


- 어머머 얘는 참 말도 너무 이쁘게 하고~

- 그거야 이모님이 잘해주시니까~


서로 쳐다도 안 보던 두 분의 갑작스러운 사랑 표현에 놀라 밥 먹다 토할 뻔했다.

(표현이 좀 과하긴 한데 진짜 속이 안 좋았다.)

푸바오도 눈이 동그래졌다.


꾸역 밥을 먹고 쉬다가 문득 방금 일어난 사태를 생각하니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남자는 서로 감정이 다치면 다시는 안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나만 그랬나?)

여자는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다가도 갑자기 팔짱을 끼고는

세상 최고의 단짝이 되어 나타나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

그런 광경을 보고는 벙-찌게 되었던 상황이 떠올랐다. 


인간관계가 '좋은 게 좋은 거'라면 저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이다. 함양 해야 하는 걸까?  



어쨌든 두 분은 오늘까지도 잘 지내고 계시는데, 이거 이거 굉장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초롬이모가 꽃분할모님 화(化) 되고 있다.



- 이건 내일 하면 안 돼요?

- 아니, 이게 맞지 않나? 난 그런 줄 알았지~

- 그거 설명을 안 해줘서 그냥 그렇게 했지~


차근차근 담당 업무의 숙련도를 높여가던 초롬이모. 

요즘 그녀와 대화를 할 때면 내가 지금 꽃분할모님과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뭔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다 가끔 간식거리를 툭 내밀고 가는 것까지 닮고 있다는 것이다! (오예!)


- 너보다 일머리가 없는 게 초롬이모야. 아휴..

-.. 에휴 (깊은 공감의 끄덕)


푸바오도 걱정이 늘었다.

초롬이모님께서 본인의 뜻을 잘 알아듣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가보다.

나도 이모님과 업무 상 벌어질 수 있는 실수를 줄이려고 특별히 더 신경을 쓰긴 한다. 

(사실 푸바오와 나는 타인과 소통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부서져 있어서

이모님의 잘못 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로 그렇게 인정했다.)



아무튼 배려가 더욱 필요한 이모님은

특히나 공장장이신 맥가이버 님과는 전혀 코드가 맞질 않아서 서로 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 같다.

둘이 얘기하는 거 보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둘이서 얘기하는 것 같아서 웃길 때도 있다.

(사실 나도 맥가이버의 모든 말씀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ㅋ_ㅋ)


일터에서는 매끄러운 소통이 최고 중요 가치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멩이 실장이 이번 주 금요일 전체 회식 메뉴를 오리고기로 결정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맨날 닭가슴살에 라면 먹다가 좋은 거 먹고 체하는 건 아닐지는 무슨 상관이냐! 랄랄라! 끼얏호!)



아무튼 오래오래 작업장 식구들 모두가 웃으면서 행복하게 돈 잘 벌고 지냈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저런 사건과 사람들 사이에서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소망하며..







P.S 요즘 누군가가 내 일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근거 없는 망상이지만,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너무 좋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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