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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Nov 05. 2024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13. 간식의 중요성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GC1r_aySCXM

<과학 연구가 당신의 꿈입니다 | 3 hour lofi hiphop mix / lofi studying/ beats to relax>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어느 날의 일과 중. 한 3시 정도 되었을까.

당시 나는 한참 시유(초벌 기물에 유약을 입히는 작업)를 마친 기물들을 가마에 재고 있던 중이었다.


- 다들 샌드위치 드세요!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나 랄라이모님.

이 작업장에 오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왜 여기는 간식 타임이 없나요.'라며 

나에게 아쉬움을 표하신 기억이 난다.

(솔직히 다들 육체 노동 하다 보면 3~4시 되면 배고프시겠지. 나도 요즘 너무 배고프다..)


물론 작업장 분위기가 안 잡혀서 그렇지 푸바오가 그런 쪽으로 박한 사장님은 아니다.

믹스 커피는 당연하고 사탕이나 초코파이를 비치해 둘 때도 있다.

언제는 요거트와 블루베리를 사 와서는 때 되면 어르신들하고 같이 먹으라고 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타먹는 레몬즙? 같은 걸 사 오셨길래, 이런 걸 누가 먹냐는 듯한 내 못난 표정에 삐진 적도 있다.

(미안합니다 작가님 ㅋㅋㅋ...)



아무튼 '간식 타임이 없다면 까짓 거 내가 만들겠어!'라는 포부로 

직접 샌드위치를 준비해 오신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랄라이모님께 감사를 표하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 이거 남편이 만들어 다 준 거래.

- 어머, 너무 예쁘다~


라는 이모님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우와.

중년 남성의 샌드위치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구나..

나는 딱 보자마자 '가게에서 사 오신 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포장지까지 사서 직접 만드셨다는 샌드위치에는

정성스레 구워낸 베이컨과 각 맞춰 잘린 영양만점 계란 후라이가 있었다.

빵을 접하는 위아래에는 블루베리잼홀그레인 머스터드가 발라져 있다.

그리고 신선한 채소 옥수수/당근 샐러드가 있어

씹는 재미까지 있는 정말이지 감격스러운 간식이었던 것이다.


2개째인 건 안 비밀


랄라이모가 콜라도 마시라며 건네줄 때 

나는 '정말 맛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랄라이모는 가볍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나는 구구절절한 대화 없이도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는 '2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음악과 음식. 나는 이 2음을 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음식은 우리에게 

잠시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을 부여해 준다.

간식을 먹는 그 잠시동안은 일에 몰입했던 자신을 환기해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마도 노동이 시작된 수백만 년 전의 조상들로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겠지.


그렇지만 나는 일 하면서 뭔가를 먹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다.

식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여럿이서 밥 먹을 때 맛있는 반찬 하나 남으면 쳐다도 안보는 그런.. 스타일..?)

못 먹어서 화가 나거나 하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



자기가 안 먹으니 당연스레 남 먹는 건 누가 시키지 않고서야 챙기기나 하겠는가? 건방진 녀석


작업장 식구들 모두 믹스 커피를 마신다.

그렇지만 군 시절 때부터 전라도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이골이 나게 (난 자꾸 왜 이골이 나냐)

타왔던 그 맥심이란 녀석은 정말 쳐다보기도 싫어서 아직 한 번을 타드린 적이 없다.


그리고 다른 분들과 일적인 대화 외에는 쭈뼛쭈뼛 인 내가

일하다 말고 사근사근 다가가 간식을 건네는 장면을 생각하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건방진 녀석2 



가만 생각해 보면 별 걱정 말고 다가가서 그저 박카스 하나 건네드리면 되는 것인데.

그간 빨빨 돌아다니면서 바쁜 척하는 나는 관심을 주진 않고 받기만 했던 것 같다. 


푸바오는 차라리 4시쯤 치킨 같은 걸 시키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각자 집에 가서 가족들과 식사하시기도 거북하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푸바오는 늦게까지 작업장을 지켜야 할 때가 잦고,

나는 뭐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에 늦은 퇴근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자주 저녁밥을 얻어먹는다.


몇 번을 얻어먹다가 '나도 돈을 버니 작가님에게 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달라!'라고 말을 해도

계산할 틈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


어느 날 한 번은 오늘은 내가 꼭 저녁을 사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 그럼 평소에 선생님들 드실 간식을 네가 한 번씩 사놔.


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양갱도 사고 핫초코 같은 것도 사놔야겠다.

내가 엄선한 간식을 드시는 걸 보면서 속으로 몰래 음흉하게 웃어야지.

그리고는 이렇게 한마디 붙여야겠다.



- 고생 많으셔요 선생님. 


크으흐~


이제는 막내가 나설 시간이다.




월요일 잘 뿌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책 읽어야지.


꽃분할모님이 몰래 찔러주는 국적 불명의 외국 과자와

초롬이모가 잘라주는 제철 감과 배,

맥주싸모님이 챙겨주는 얼음 같은 박카스에 감사하며..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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