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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Aug 20. 2024

그냥 좀 죽어줘, 제발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새끼


김경록 씨 대구 구치소에 있네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구치소'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누군가 법을 어기면 똑같은 감옥살이를 하는 줄로만 알았을 정도로. 그러던 중 직장 후배의 연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사실을 접하게 됐고,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갇히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배웠다. 그 덕에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내 오빠가 범법 행위를 저질렀고, 재판을 앞둔 채 철창 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어떤 이유로 수감되었냐니 그것까진 알아보지 못했단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명단을 조회해 봤더니 있더라고. 실종 사건은 마무리 짓겠다고.


엄마는 구치소를 찾아갔다. 그리고 '사기죄'로 그가 긴급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임 유저들에게 사기를 쳤단다. 상대에게 돈을 받으면 아이템을 주기로 해놓고 잠수를 탔댔나. 오락에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란다. 그중 누군가가 고소를 했고, 벌금 지불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그 상황에서 또 사기를 쳤고, 그렇게 점점 일이 커졌다고 말이다. 살다 살다 별 꼴을 다 본다. 사기죄로 구치소라니. 험한 일을 당한 게 분명하다며 벌벌 떨었던 엄마를 떠올리니 기가 찼다. 여전히 제 자식이 어떤 놈인지 인정하지 못한 거지. 그는 무슨 일을 당한 게 아니라 저지른 거였다. 이딴 새끼도 꼴에 핏줄이라고, 잠옷 바람으로 실종 신고서를 작성했던 나까지 우스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빠의 행적을 알게 된 엄마는 불안에서 꽤 벗어났다. 하루에 몇 번이고 내게 전화 오던 일이 잦아들 테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집안에 전과자가 탄생하게 생겼으니 불행이라 해야 할까. 이래나 저래나 그녀는 아들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듯했다. 저런 자식도 소중한가 보구나. 범법자가 된 패륜아 새끼라도 내 배로 낳았다는 이유로 감싸고 보듬어줘야 하는 게 부모라면 평생 부모가 되지 않으리. 수 없이 다짐했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굳이 알리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하던 날, 그가 머물던 집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분양샵에서 소중한 생명을 돈으로 샀고, 그마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방치되게 했었다는 뭣 같은 사실을.


오빠에게 비밀번호를 들은 엄마가 짐 정리를 위해 문을 열었고, 그 속에는 며칠을 굶었는지 알 수 없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엄마는 무서움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물과 사료를 먹였고, 내게 입양 보낼 곳이 없겠냐 물었었다. 집에 반려 동물을 들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신랑과 곧장 차를 끌고 대구로 향했다. 비쩍 마른 아이를 씻기고, 간식을 사 먹이고, 서울로 데려와 임시 보호를 시작했다. 아이는 살면서 산책 한 번 못해본 것처럼 겁이 많고 미숙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저녁마다 개 산책으로 하루를 꼬박 채우며 입양자를 찾아 나섰고, 다행히 꼭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입양처에 아이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 처음 경험하는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강아지의 안부를 너무나 궁금해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입양자는 나와의 연락망을 모조리 차단했다. 지금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지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얗고 꼬불꼬불한 털이 매력이던 콩이. 침대에 누우면 꼭 내 팔을 베고 나란히 눕던 아이. 늘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던 가여운 존재. 또 방치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저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가슴이 찢어진다. 자루를 보다가 문득, 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베들링턴테리어를 마주치면 문득 콩이 생각이 난다. 그때마다 갖은 에너지를 모아 오빠를 죽음을 간절히 빈다. 동물에게 마저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인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죽어줄 순 없는 걸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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