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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리, 남겨진 숨결

쇼를 망친 돌고래 ep.14

by 민정 Aug 20. 2024

김경록 씨...구치소에 있네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구치소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누군가 법을 어기면 모두가 똑같은 감옥살이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직장 후배의 연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사실을 접하게 됐고,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갇히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그제야 알았다. 그 덕에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내 오빠가 범법 행위를 저질렀고, 재판을 앞둔 채 철창 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걸. 어떤 이유로 수감되었냐니 그것까진 알아보지 못했단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명단을 조회해 봤더니 있더라고. 실종 사건은 마무리 짓겠다고.


엄마는 구치소를 찾아갔다. 그 덕에 오빠가 사기죄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얻었다. 게임 유저들에게 사기를 쳤단다. 상대에게 돈을 받으면 아이템을 주기로 해놓고 잠수를 탔댔나.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란다. 그중 누군가가 고소를 했고, 벌금 지불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그 상황에서 또 사기를 쳤고, 그렇게 점점 일이 커졌다고 말이다. 사기죄로 구치소? 험한 일을 당한 게 분명하다며 벌벌 떨었던 엄마의 지난날을 떠올리니 기가 찼다. 여전히 제 자식이 어떤 놈인지 인정하지 못한 거지. 그는 무슨 일을 당한 게 아니라 저지른 거였다. 이딴 새끼도 꼴에 핏줄이라고, 잠옷 바람으로 실종 신고서를 작성했던 나까지 우스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빠의 행적을 알게 된 엄마는 불안에서 벗어났다. 하루에 몇 번이고 내게 전화 오던 일이 잦아들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집안에 전과자가 탄생하게 생겼으니 불행이라 해야 할까. 이래나 저래나 그녀는 아들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듯했다. 저런 자식도 소중한가 보구나. 범법자가 된 패륜아 새끼라도 내 배로 낳았다는 이유로 감싸고 보듬어줘야 하는 게 부모라면 평생 부모가 되지 않으리. 수없이 다짐했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굳이 알리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하던 날, 그가 머물던 집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분양 숍에서 소중한 생명을 돈으로 샀고, 그마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방치되게 했었다는 뭣 같은 사실을.


구치소에서 오빠에게 비밀번호를 들은 엄마가 짐 정리를 위해 문을 열었고, 그 속에는 며칠을 굶었는지 알 수 없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엄마는 무서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물과 사료를 먹였고, 내게 입양 보낼 곳이 없겠냐 물었다. 그날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신랑과 곧장 차를 끌고 대구로 향했다. 비쩍 마른 아이를 씻기고, 사료를 사 먹이고, 서울로 데려와 임시 보호를 시작했다. 아이는 살면서 산책 한 번 못 해본 것처럼 겁이 많고 미숙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저녁을 개 산책으로 채우며 입양자를 찾아 나섰고, 다행히 꼭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입양처에 아이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 처음 경험하는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강아지의 안부를 너무 궁금해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입양자는 나와의 연락망을 모조리 차단했다. 지금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지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얗고 꼬불꼬불한 털이 매력이던 콩이. 침대에 누우면 꼭 내 팔을 베고 나란히 눕던 아이. 늘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던 가여운 존재. 또 방치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저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상상만으로 가슴이 찢어진다. 우리 집 반려견을 보다가 문득, 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베들링턴테리어를 마주칠 때마다 문득 콩이 생각이 난다. 그때마다 갖은 에너지를 모아 빌고 또 빈다. 오빠의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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