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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4. 2022

라군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

18세기에 린네의 책 ‘자연의 체계’는 현대적인 생물 분류학의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생물 분류는 이미 그보다 2천2백 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창시되었다. 다른 표현으로 18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리스토텔레스 분류학은 약간의 수정이 가해지었다. 굳이 약간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물리학, 기상학, 우주론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학문은 거의 모두 고쳐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저작 가운데 60% 이상이 자연과학에 관한 것이 놀라운 이유는 그 이전 누구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과학과 비스름한 어떤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사상 처음으로 학문이라는 체계를 만들었지만, 자연과학은 창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게 어려운 것이 그 이전의 사상가들에 의한 자연에 대한 인과 관계에 대한 지식은 존재했을지라도 그저 사변적이었을 뿐 그것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세계 자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은 하지 못했다. 학문은 그저 단편적으로 말해졌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플라톤이 이데아가 존재한다고만 말했더라면 그의 이데아는 한갓 떠돌이 사변쯤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데아는 온갖 체계적 구성물을 갖추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완성된 사상 체계가 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과학 또한 그렇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그의 자연과학은 학문의 반열에 굳건히 올라섰다.     


그가 밝혀놓은 자연 세계는 사변적이 아니라 매우 엄격한 논증에 기반한다. 논증은 논리적인 증명을 뜻한다. 형이상학에서 실체를 온전히 증명하여 우리가 감각을 통해서 분석하고자 하는 자연 세계의 모든 것들을 연구 대상으로 세웠고, 엄격한 형식 논리학의 기초 위에 과학적 방법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데아의 반박으로서 실체가 논의되고 선대 사상가들이 접근하지 못한 인과 관계를 통한 포괄적 보편성을 끌어내는 과학적 방법론을 의미한다. 감각적 세계에서 진짜 지식을 끌어내는 방법론이 바로 그의 형식 논리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증이라는 진정한 과학적 방법을 개발하여 이를 세계에 적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에서 목적론적 원리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목적론적 세계관은 소크라테스가 시작해서 플라톤이 꿈꾸었던 세계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들이 꿈꾸었던 목적론보다 훨씬 더 탐구적이고 야심적이다. 그의 말 중에 이러한 세계는 분명히 드러난다. ‘자연은 헛수고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목적론적 원리를 잘 표상해준다. 모든 동물의 부분들은 각자 다 쓰임이 있어 ‘무엇을 위해서’라는 답이 나온다. 이러한 시각은 과학이 ‘왜’라는 것에 대해 대답을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 준다.  

   

이 책은 단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에 관한 얘기에 한정 짓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과학은 크게 생물과 무생물의 자연과학으로 나뉠 수 있다. 무생물은 우주론, 물리학, 기상학 등이고 생물은 여러 종물에 관한 저작들 외에 영혼론을 포함한다. 영혼은 동물의 삶의 원리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설파하고 있다. 또한 이들 자연과학을 위해 예비서 격인 오르가논(논리학)과 실체에 관한 증명으로 가득 찬 형이상학 등도 다 커버한다. 동물을 논하기 위해서 이들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스보스섬에 사는 메기가 20세기 후반 ‘아리스토텔레스 메기’라고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자연과학이 오늘날도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그의 자연과학의 혼은 여태껏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런 생각을 확고히 하게 해주는 책이 바로 ‘라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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