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은 타당한 추론의 원칙에 관한 학문이다. 타당한 추론은 철학 등의 이성적 논증이나 과학에서의 경험적 논증 등 참과 거짓을 따지는 학문에 많이 적용된다. 특히 과학은 엄밀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는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의 창시자로서 논리적 추론의 형식화는 그에 의해 이루어졌다. ‘신은 인간을 이성적으로 만드는 임무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맡겼다’라고 칸트가 언급할 정도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논리적 추론 논증의 알파와 오메가와 같다.
논리학은 논증적 사고의 발화체로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학문에의 영향은 지대하다. 물론 논증의 싹은 이전 사상가들의 공헌이 있고 이를 글로서 남긴 플라톤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다른 한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굳이 논리학에 결정적인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된 연유는 그의 성장 과정에서 배운 것들에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할만한 도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논증된 자신의 사상을 증명하는 보조 수단으로써의 논리학은 향후 학문적 논증에 절대적 지침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자체 학문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논리학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아 말의 구성에 여러 중요한 구별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명사와 동사의 구별을 통해 문장의 구조를 논한 바, 이처럼 문장을 작은 단위로 분리하여 분석하는 일이 논리학의 첫걸음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이 나오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될 만큼 문장의 구조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논리학 저작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고 세련된 이유는 그간 쌓아온 선대 사상가들의 공이 있기 때문이긴 해도 논리적으로 형식화한 업적은 그의 천재성이 가장 큰 이유이겠다.
논리학은 한개의 저작이 아니고 여러 저작들로 구성되어 이를 총칭하여 ‘오르가논’이라 불린다. 오르가논은 그가 죽고 난 후, 몇 세기 후에 논증적 추론에 관한 일련의 저작을 모은 것으로 도구 또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앎과 논리적 사고는 깊은 연관이 있으므로 담론을 통해 표현되는 사유의 법칙을 담은 오르가논은 어느 특정의 학문이라기보다, 학문 이론 또는 과학적 탐구를 위한 방법론에 가까워 일반 학문을 위한 예비학의 성격이 짙다. 그의 수많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저작의 권위적인 논리성은 오르가논이 뒷받침한다. 무엇을 논할 때 그냥 주장하지 않고 주장의 담론에 대한 배경적 논리를 담보로 제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오르가논은 <범주론>, <해석론(또는 명제론)>, <분석론 전·후서>, <토피카>, <소피스트적 논박>의 5 책으로 구성된다. 방대한 양이지만 가히 논리의 모든 것을 포함했다 싶을 만큼 완성적이다. 구성은 먼저 단어에서 문장 및 명제를 다루고 복합 명제를 통해 참과 거짓의 논리를 개진한다. 특히 삼단논법은 엄밀한 공리 체계의 형식을 가진다. 공리 체계는 논증의 참과 거짓을 따지는 결정적 구실을 하게 한다. 범주론 다음에 토피카 및 소피스트적 논박을 논하고 명제론 및 분석론의 순으로 들어가는 것이 논리의 진화적 관점에서 맞다. 굳이 범주론 다음에 명제론 대신 토피카와 소피스트적 논박이 들어가는 이유는 변증술과 수사학이 논리적 사유의 모태이자 삼단 논법을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논하기 위한 전 단계로 알맞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토피카와 소피스트적 논박이 오르가논의 시작점이 된다. 변증술 등은 이미 플라톤 이전에 쓰였던 논리의 한 방법들이고, 특히 변증술은 플라톤이 대화편 곳곳에서 논할 만큼 그의 이성적 추론 논증의 핵심이다. 토피카는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여 논증술과는 달리 실천적이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타당한 추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형식 논리학을 다루기 전에 토피카 등의 저술에 대한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소크라테스 이전 소피스트들의 활동과 그들의 수사적 접근 방법은 토피카 등의 저술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오르가논 전체에 기반으로서 큰 구실을 하였다.
오르가논의 첫 번째는 <범주론>이다. 존재론을 다뤄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와 부수적으로 존재하는 실재를 구별한다. 전자가 실체라면 후자는 속성이다. 실체는 제1과 제2 실체로 구별되는데 1실체는 개별적 주체를 의미하며 2실체는 개별적 주체의 술어가 되는 것들이다. 술어가 되는 것들은 예로 인간이나 동물처럼 ‘종’이나 ‘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문장을 예로 들면 ‘나는 인간이다’에서, ‘나’는 개별적 주체이고 ‘인간이다’는 술어이다. 그러므로 제1 실체가 술어가 되는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제1 실체는 제2 실체와 속성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여기서 실체는 범주 가운데 첫 번째 것이며 다른 9개의 범주는 속성으로서 술어의 한 종류들이다. 범주는 <형이상학>에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오르가논의 범주론이 다소 문법적이라면 형이상학의 범주는 존재를 얘기하므로 관념적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생각과 언어 그리고 현실 사이에 의미론적 구도가 문장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문장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의미가 특정되는데 동일한 주어와 술어의 조합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동일한 상황과 순간에 적용될 때 모순되기 때문이다. 긍정하면서 동시에 부정은 모두 참이 아닐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무모순성의 원리(모순률)는 둘 중 하나만 참이고 다른 것은 반드시 거짓이라는 배중률과 함께 근본 윈리에 속한다. 모든 학문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이다. 모순률과 배중률은 논리학에서 증명이 필요없는 공리와 같다.
그런데 범주론은 단순 언어적 표현의 분류인지 표현이 나타내는 대상을 분류한 건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왜냐하면 범주론의 내용은 논리적이라기보다 형이상학적이므로 대상을 분류한다는 관점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범주 이론은 범주 사이의 구별을 중시하고 범주 내의 구별은 등한시하는데 범주 원리의 형식화에 숨은 동기가 있다. 범주는 플라톤주의를 공격하는 편리한 수단이 된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의미론일 뿐으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이데아는 실체와 범주들 사이에 혼동으로 일어난 결과일 뿐이다. 범주론은 제일 실체만을 독립적 존재로 인정하고 다른 범주에 속하는 사물의 존재는 의존적일 뿐이라고 피력하기 때문이다. 이데아에 대한 반박은 형이상학에서 존재론에 범주를 다루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범주론은 명제론에서 일반 명제의 유형을 구별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 최초의 유형 구별 이론이다. 명제론에서 등장하는 일반 명제의 네 가지 유형은 분석론에서 삼단논법에 대한 원리를 제시하기 위한 준비의 역할을 맡는다. 삼단논법은 주어진 어떤 명제로부터 다른 명제를 필연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으로 명제론은 분석론 전후서의 삼단 논증의 증명을 위한 예비서의 역할을 한다.
삼단논법의 원리와 양상 논리는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결정체이다. <분석론>은 삼단논법에 대하여 논한 것으로 <분석론 전서>와 <분석론 후서>로 나뉘어 있다. 전서는 삼단논법 또는 연역법을 설명하고 삼단논법의 여러 격식에 따른 논변을 분석한다. 삼단논법은 두 전제가 보편 명제로 주어지면 결론이 도출되는 형식을 의미하며 대전제,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된다. 이때 두 전제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하나의 용어를 공유하는데 대전제에서는 주어, 소전제에서는 술어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결론은 전제에 쓰인 나머지 용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형태가 연역이지만 만약에 어떤 논리가 국소적이어서 특수성을 띤 전제와 보편적 결론으로 구성되었다면 이는 귀납이다.
후서는 증명에 관한 논증이다. 증명은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일 경우에 성립한다. 이때 증명의 전제가 또 다른 증명의 결론이 아니고 우선적으로 주어질 때 이를 원리라 부른다. 예를 들어 수학의 숫자나 기하학의 크기 등은 따로 증명이 필요가 없이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공리라 불렀다. 삼단논법의 증명은 엄격한 공리 체계의 형식을 가진다. 공리 역할을 하는 1 격이 환위, 이환 등의 방법으로 2, 3 격이 도출되는 것을 증명한다. 이처럼 논증을 위해 체계적인 논리의 구축에 삼단논법이 중심에 있는데 이는 증명 과학에 관한 관심의 발로였다. 즉, 삼단논법은 순전히 논리학을 위한 이론으로 쓰여졌다기 보다 어떤 자연 현상을 참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이의 증명을 위하여 앞의 두 전제의 참 여부를 따져 결과의 참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용되었다.
<변증론>은 변증술적 추론을 논한다. 변증적 삼단논법을 제시하는데 전제는 통념적으로 항상 참이 아니다. 어떤 논제를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결론을 가지는 것에 대해 논박이 필요할 때 적용된다. 대화자로부터 적절한 질문을 통하여 통념적 전제를 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대화자의 주장을 부인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때 모두가 인정하는 논쟁 도식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토포스 topos라 한다. 이 저작에는 소피스트적 논쟁에 대한 설명 또한 포함한다. 논쟁을 위한 논쟁과 같은 형식적 논박의 허상을 폭로하는 방법론과 같은 것으로 수사학에 가까운 논리적인 것들에 대해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학 저술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주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생물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실제 관찰 또는 해부를 통해서 동물에 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지식은 훗날 엄청난 양의 연구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가 남긴 동물학 관련 저작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플라톤의 제자인 그로서 스승의 핵심 사상인 이데아론을 접할 수 밖에 없었는데 동물 등의 관찰을 중시해온 터라 이데아 사상은 커다란 벽과 같은 방해물이었을 것이다. 이상적 세계는 이데아로서 별도로 존재한다는 이론을 반박하지 않고 동물학, 우주론, 물리학 등이 의미가 없어진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감각으로 알 수있고 이는 이데아가 아니므로 중요하지 않다고 플라톤은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플라톤 주의에 자항하지 않고 정당화되지 못한다. 자연과학을 정립하고 합리화하는데 이데아론에 대한 반박이 필수였다. 오르가논은 학문을 공부하기 위한 예비적 성격 외에 그의 학문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적 증빙자료였다. 단어에서부터 문장들에 이르는 수순을 밟아,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형이상학에서 플라톤의 사상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자신의 저작을 방어한다.
후대에 오르가논이 논리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여 철학 등 사회괴학에서의 연역 논증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오르가논은 인간과학과 자연과학 모두에 해당되는 중요한 논리의 학이다. 하지만 자연과학을 옹호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성격이 주된 이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의 논리학은 19세기 말에 수학자 프레게에 의해 '만일~'이라는 명제를 넣어 확장된 논리학이 제시되기까지 완벽한 형식논리학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