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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Feb 27. 2021

자연과학을 규정짓는 형이상학

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의 관계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그 자체로 따로 떼어 놓고 관조할 수는 없다. 철학에서 형이상학은 한 분과로 많은 사유를 낳게 하였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의도한 형이상학은 그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듯도 싶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 핵심이 ‘존재’와 그것들의 ‘운동’이었고 그에게 자연의 이해는 운동과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사유의 핵심은 자연학이지만 형이상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둘은 독립적이 아니고 거미줄처럼 연계되어 운동과 변화의 관점에서 서로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형이상학을 통한 논증은 자연과학에서 기본 공리처럼 쓰였거나, 조망하는 사물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는 보조 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형이상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에 관한 학이라 할지라도 자연과학 등 다른 학문과 독립적으로 분리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을 통해 크게 두 가지의 임무를 완수한다. 선대 철학자들의 진리에 대한 사유를 모두 넘어서고, 이를 바탕으로 철학, 정치학, 윤리학 등 소수로 존재했던 학문 이외에 자연과학(물리학, 동식물학, 심리학, 기상학)과 시학 그리고 논리학의 학문을 세상에 내놓았다. 논리학이 그의 자연학, 윤리학, 시학, 정치학 등을 완성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고 이를 빼면 저작 대부분이 자연에 관한 이론인 것은 선대 철학자들의 사유를 넘어선 것과 관련이 깊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유는 진, 선, 미 가운데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들이었고 그들의 진리란 다름 아닌 물리학이었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은 형이상학의 존재론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와 운동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하여 선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모두 포섭하고 수정을 거쳐 보편적인 법칙을 끌어내려하였다. 특히 그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중에 중기 단계 이후의 철학자들 사유에 골몰하였는데, 그들의 사유는 정적인 것에서 발전하여 동적인 것에 대해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은 선대 철학자의 사상을 설명하면서 이들의 문제점을 간파하는데 먼저 지면을 할애한다. 


궁극적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였다. 그는 변화무쌍한 현실인 자연과 변하지 않는 이데아의 이상 세계를 상정하므로 기존의 일원론에서 이원론으로 한 발 더 내디뎠다. 물론 이러한 사유는 기존의 모든 사유를 포함한 가장 발전적인 형태인 것은 틀림없으나 둘 사이에 관련이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데아는 현실 세계의 자연 원리로 불충하였다. 사물의 원인을 설명해야 하는데 사물들과 같은 수의 이데아가 필요한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므로 개개의 사물의 실체 말고 그들 각각에 이데아가 있다는 상정은 이상할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변화와 운동을 설명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할 일은 우선 실체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이 개념을 정립하지 않고는 그 어떠한 진보가 있을 수 없고 이데아에 갇힌 형국일 수밖에 없었다. 실체는 존재의 존재성 개념으로 형상으로서 사물의 설명 원리 또는 특정의 개별 사물로 정의된다. 다음 단계에서 실체의 운동과 변화를 설명한다. 사물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원래 변화가 없는 기체가 잠재태로 존재하여 그것이 현실태로 변하기 때문이다. 즉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포텐셜이 에너지화하여 사물의 형상을 띠게 된다. 그러므로 실체가 변하는 게 아니라 실체의 본질이 잠재하여 현실로 나타날 때 변화로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실체는 생물, 무생물, 인공물 또한 모두 포함하는 구조를 가진다. 현실태는 바로 목적의 실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운동과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운동의 이해는 곧 사물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것을 ‘학문’이라 칭하였다. 고로 학문은 사물의 변화 이해와 궁극적인 원인과 목적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인 이론을 탐구하기 위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의 역사를 고찰하여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된 원인에 네 가지가 있음을 간파한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곳이 자연과학이다. 물론 현실태는 많은 경우 형상인과 목적인은 동격이고 원인을 좇다 보면 더는 원인이 필요치 않은 궁극적 원인이 상정될 수밖에 없는데 조건상 ‘신’(부동의 원동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자연은 자연학으로 해결하였고 원인론의 궁극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형이상학을 개진하였다. 이 둘은 떼려야 절대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서 현대 물리학의 만물을 통합하는 이론적 시도와 유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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