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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Feb 24. 2021

사물의 법칙

통일 법칙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연학은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화들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자연 내의 실체들은 각자 독자적인 움직임을 가지며 스스로를 이동시킨다. 자가번식하며 성장하고 사멸한다. 따라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선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원인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봤다. 원인은 현대과학에서 법칙의 형태로 적용되는 핵심 요소이긴 하나, 고대 과학에서는 원인을 현대 과학보다 훨씬 넓게 적용했다. 실체의 운동 원인에는 질료, 형상, 움직임(또는 작용) 및 목적의 네 가지가 존재한다. 질료는 자연 세계의 어떠한 객체가 어떠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거나 만들어진 재료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물체가 형성되기 이전의 기본 상태의 재료이다. 이는 정확히 밀레투스 학파가 세계를 설명하려 할 때 물, 공기 등의 질료를 도입한 이유와 같다. 형상은 어떠한 객체의 형태 구조 또는 활동 구조, 즉, 그것의 물리적 특질을 의미한다. 사물이 최종적으로 실현될 때 그 사물에 내재되는 형태나 구조를 말한다. 움직임은 작용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객체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 즉 그러한 만듦의 주체나 행위자이다, 목적은 객체의 존재나 변화를 지휘하는 목적을 말한다. 작용은 현대 과학적 의미에서 유일한 원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의 모든 물건이 네 가지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적인 물건이든, 동식물과 같은 생물이나 만들어진 물품도 마찬가지다. 네 원인은 인공적으로 제작한 물건이나 예술 작품에서 쉽게 적용된다. 그러나 네 원인은 살아 있는 유기체의 자연적 변화나 성장에서도 발견된다. 차이점은 자연에서는 작품과 예술가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 안에 예술가가 내재하는 셈이다. 따라서 유기체의 목적은 발전의 실현이며 형상이 변화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료와 형상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사고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질료는 정신과 대비되는 물질이나 특정 종류의 사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질료는 오로지 형상에 비추어 볼 때만의 용어이다. 형상은 감각의 대상이자 사유의 대상이다. 원소들이 자연적 실체를 이루는 형태의 형상이며, 원소들이 혼합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어떤 실체의 정의에 내재된 구조 방식으로 자신의 내적 본성을 표현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살아 있는 생명체의 형상은 영혼이다. 물론 감각적인 것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형상은 변하지 않는 존재이다. 변하게 되면 종은 불변이 아니게 되어 모순이 생긴다. 물론 종에 속한 개체는 사라진다.


형상과 목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특정 상황에서 형상과 목적이 동일할 수 있다. 형상은 자연이나 어떤 기술로 특정 산출물에 형상을 부여함으로써 간주되는 구조 방식이지만, 목적은 특정 실체에 구현되지 않고 자연이나 기술에 의해 겨냥된 구조 방식일 때 그러하다. 예를 들어, 씨앗이 식물로 전부 성장했을 때, 식물은 형상과 목적을 모두 갖는다. 다만 본질에서는 차이가 있다. 어떤 실체에 여러 원인이 가능하며 또한 두 실체가 서로에게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로, 건강과 운동은 운동의 목적이 건강이지만, 건강을 위한 작용이 운동이기 때문에 서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원인을 구분하면, 질료와 형상은 정적인 요소를 의미하므로 작용과 목적만이 원인의 자연스러운 의미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원인은 필수적이므로 모두가 필요조건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관점에서, 네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목적이다. 그의 말, ‘자연은 무의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Nature does nothing uselessly)는 목적론을 집약한 경구이다. 인공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 현상이 일어나는 목적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날개는 새가 날기 위해 존재한다. 목적은 자연에서나 어떤 인공적 환경에서도 관찰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은 크게 무생물과 생물로 나눌 수 있다. 무생물은 우주론, 물리학, 기상학 등을 포함하고, 생물은 다양한 생명체에 관한 저작들을 비롯해 영혼론을 포함한다. 그의 목적론적 관점은 무생물에서 시작해 생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인간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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