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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Feb 25. 2021

우주론

무생물 1: 천문, 기상, 지질학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린 우주는 정지된 별들을 싣고 있는 천구의 바깥쪽 면의 안에서 끝을 맺는다. 이 천구 내부는 진공이 생길 수 없도록, 공간 없이, 물질로 가득 차 있다. 공간은 물질이 존재하는 장소로 정의할 정도로 물질과 공간은 서로를 따른다. 따라서 천구 바깥은 물질이나 공간이 전혀 없으므로 우주는 정지된 별들의 천구에 국한되어 유한하다. 우주의 가장 큰 부분인 정지된 별들의 천구 안은 수정과 같은 고체인 에테르로 채워져 있다. 순수하고 변하지 않으며 투명하고 무게가 없는 에테르는 별의 구성 요소일 뿐 아니라 별이 움직이게 하는 껍질의 요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주는 전부 에테르로 가득 차 있어 공허한 공간이 존재할 수 없다.


우주는 빈 공간 없이 가득 찬 상태로, 모두 55개의 수정체 구 껍질이 서로 닿아 있으며, 천구와 천구 사이의 마찰이 회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구 껍질의 수는 달, 태양 및 5개의 행성과 정지된 별들을 회전시키기 위해 8개가 필요하다고 여겼으나, 회전을 위한 기계적 연결의 기능을 갖춘 천구를 추가함으로써 총 55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가장 바깥쪽의 정지된 별들을 담은 천구는 가장 가까운 토성용 구 껍질을 회전시켜 결국 에테르 껍질 중 가장 내부의 껍질인 달의 내부 껍질까지 힘이 전달된다. 달은 천상과 지상을 나누는 경계이다.


달 아래의 세계는 네 원소로 가득 차 있어 이들의 적절한 조합과 분해가 지상의 물질을 형성하지만, 원소의 분포는 매우 복잡하다. 물체의 운동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네 원소의 무게에 따라 지구 중심부터 순서대로 흙, 물, 공기, 불의 동심층에 정착한다. 흙이 가장 무거워 자연스럽게 지구 중심에 동심구를 이룬다. 반면에 불은 가장 가벼워 스스로 상승해 달의 내부 천구 바로 아래 자신의 층을 형성한다. 외부 힘이 없다면 지구도 천상의 동심구 구조처럼 정적인 세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지상에서는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달의 내부 구 껍질의 움직임이 그 아래 불의 층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여 네 원소가 서로 밀고 섞이게 함으로써 설명한다. 따라서 순수한 형태로 원소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혼합 비율에 따라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므로 지상의 변화는 천상의 운동에 의해 발생한다.


혼합 과정에서 다양한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달 아래와 가까운 상층에서는 유성, 혜성, 오로라, 은하수, 구름, 번개 등의 기상 현상이 달 바로 아래 있는 불의 층의 지속적인 움직임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된다. 하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아 비, 안개, 이슬, 눈, 우박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물론, 불의 층의 지속적인 움직임은 기상 현상뿐만 아니라 지표와 지하의 다양한 암석과 금속의 형성에도 기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온도와 습도를 기반으로 한 원소론을 통해 지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한다. 기상 현상을 네 원소의 불완전한 혼합으로 보고, 지구의 무기물을 네 원소의 완전한 혼합으로 분류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기상 현상은 대부분 태양의 영향으로, 태양 광선이 건조한 땅에 닿을 때는 연기, 불, 바람과 같은 뜨겁고 마른 방사물이 생긴다. 반대로 태양 광선이 물에 닿을 때는 습하고 차가운 증기와 같은 방사물이 나온다. 마른 방사물은 흙의 미세 입자로도 이루어져 있고, 습한 방사물은 물의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다.


대기의 상층부와 하층부는 각각 마른 방사물과 습한 방사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두 방사물이 연기, 추위, 움직임의 영향으로 다양한 기상 현상을 일으킨다. 상층부에서는 유성, 오로라, 구름, 혜성, 은하수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하층부에서는 비, 구름, 안개, 이슬, 서리, 눈, 우박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지표 근처에서는 습한 방사물에서 강, 홍수나 바다가 형성되고, 마른 방사물로는 바람, 지진, 천둥, 번개, 폭풍, 벼락 등이 발생한다. 가끔 발생하는 햇무리, 달무리, 무지개, 환영 현상은 습한 방사물에서 비롯된 특별 현상으로 다루었다. 지하에서는 금속이 습한 발산물이고, 화석이나 석회석 등은 마른 발산물에 해당한다. 유성이나 혜성을 지상 현상으로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들을 상층 대기의 증기로 간주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에서 우주는 유한하고 공허함이 없으며, 일정한 운동은 지상의 직선 운동과 천상의 원운동으로 나타난다. 각 천구의 일정한 회전운동은 영원하고 유일한 움직임으로, 가장 바깥 하늘의 움직임은 신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물리적 사물이 움직이긴 하지만, 신에 가까운 활동으로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다. 반면 태양, 달, 행성의 고유 운동은 첫 번째 천구와 달리 신의 활동이 아니라 천구에 작용하는 독립된 활동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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