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희 Feb 27. 2021

생물과 영혼

생물: 동물학과 심리학

무생물과 생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 원인설로 둘 다 모두 설명될 수는 있지만 둘 사이의 특징적 차이로 인해 질적으로 다르게 설명된다. 무생물과 생물이 나누어지는 근본 차이는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의 소지 여부일 것이다. 스스로 움직이려면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있다. 전자는 육체이고 후자는 영혼이다. 육체와 영혼의 관계는 질료와 형상의 관계와 같다. 질료의 목적이 형상인바, 육체의 목적은 영혼이다. 그러므로 육체는 영혼의 도구이다. 영혼이 있거나 없거나이므로 생물을 논하는 생물학과 영혼을 논하는 심리학은 탐구의 본질상 같은 그룹에 속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관한 탐구를 자연에 관한 탐구의 하나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혼은 영양 섭취, 감각과 지각, 욕구 및 사고와 관련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을 생명체가 살아가는 존재의 형태로서 생존 능력을 가진 유기체의 제1 행위로 규정한다. 즉, 영혼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존 능력이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모두 같은 영혼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식물이나 동물 또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여러 단계의 다른 활동이 존재한다. 생물 중에 가장 낮은 단계는 식물이다. 식물의 기능은 영양 섭취와 종의 번식의 두 가지다. 동물의 경우는 감각적 지각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진다. 인간의 경우 동물의 능력에 사고 활동과 사고와 관련, 여러 능력이 더 있다. 그러므로 영혼은 양분을 섭취하는 식물적 영혼, 느끼는 동물적 영혼 및 사유하는 인간적 영혼이 있을 것이다. 각 단계 중에 높은 단계는 낮은 단계의 영혼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동물 일반의 운동을 다루는 동물 운동론이 연장선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에 관하여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500여 종 동물에 대한 해부학 및 생리학적 묘사를 다룬 동물사, 동물의 여러 신체 부위에 대해 구조 분석에 관한 동물의 신체 부위에 관하여와 동물의 번식에 관한 동물 생성에 관하여 등 여럿이 존재한다. 그가 만든 동물 분류의 근간은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으며 이 중 꽤 많은 것들은 관찰을 통해 얻은 지식과 그의 이론적 추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동물에 관한 저작은 그가 직접 관찰 등을 통하여 만든 것들도 매우 많다. 기록을 보면 최소한 50여 종의 동물을 해부했고 인간의 배아도 해부한 것이 확인된다. 특히 병아리의 부화 과정을 관찰하여 후성설의 주장은 매우 뛰어난 관찰력과 판단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 


식물이나 동물과 비교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영혼은 여타 생물의 열등 영혼보다 우월하다. 동물과 인간의 가장 기본적 인식의 형태는 지각을 통해서 얻는 감각적 앎이다. 이러한 앎은 감각 기관 고유의 감지 능력과 감각 대상 고유의 감지될 가능성이 동시에 실현되어 일어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각을 통해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미지가 형성되어 기억 속에 잔상으로 보존된다. 


지성은 이보다 더 높은 차원의 행위로써 이미지나 기억의 대상을 정의하고 개념을 형성하여 어떤 지적 형상을 추출한다. 이와 같은 대상의 형상 인식 단계는 지적 앎으로서 잠재적이고 수동적인 지성의 이해 능력과 형상 고유의 이해 가능성이 동시에 수행되어 달성된다. 달성되더라도 현실화한 단계는 아니므로 이미 실행되고 있는 어떠한 원인인 능동적 지성에 의해 현실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수동적 지성에 의해 개념이 획득되고 능동적 지성에 의해 개념 판단과 조합이 이루어진다. 


영혼은 지적 능력 외에 욕망의 능력이 있다. 좋은 것과 선을 추구하는 욕망으로 선은 감각 대상으로 개별적일 수 있고 지적 대상으로 보편성을 띨 수도 있다. 인간의 의지는 어떤 선이 지성으로 지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판단한다. 그러므로 의지는 선을 실현하도록 인간을 인도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에 대한 이론은 중세 스콜라 철학뿐만이 아니라 근대철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능동적 지성과 수동적 지성에 관한 논쟁이 매우 활발하였다. 


지성에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지점은 이것이 보편적인가 개별적인가 하는 점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수동적 지성은 보편적이고 능동적 지성은 개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아퀴나스는 수동과 능동 지성이 모두 보편적이라고 한 아베로에스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수동과 능동 지성이 모두 개별적이라고 주장할 수가 있다. 이 입장은 보편자는 이름일 뿐이고 개별자만 존재한다는 유명론의 주된 핵심 요소이다. 유명론자로서 오컴의 윌리암이 중세 스콜라 철학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이러한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곧 이성을 중시하는 세상은 이다음 단계였다. 근대는 이로써 시작되었다.  

    

현대적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은 심리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전 15화 물체의 운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