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희 Aug 01. 2021

근대 최초의 통일 이론

통일 이론의 새로운 정의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을 만들었을 뿐만이 아니라 전 학문을 목적론적 관점에서 기술하였다. 이처럼 전 학문을 어떤 법칙 하에 묶어 기술하려는 시도는 헤겔 단 한명이다. 다만 헤겔의  시도는 몇가지 이유로 아예 가능하지 않았다. 우선 자연과학과 다른 학문을 통일하려한 그의 시도는 근대 자연과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의 법칙 아래 통일을 하려 했으므로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다. 이해도 못하면서 통일을 할 수는 없기 떄문이다. 더 나아가 이성은 실재라는 모호하고 비합리적인 이성 법칙을 내세워 통일적 기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뉴턴물리학의 등장으로 보편성과 필연성을 얻게 된 근대과학은 학문의 특성상 사회과학 등 여타과학과 근본적인 차이가 만들어졌다. 자연과학이 법칙 하에 자연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반면에 여타과학은 전혀 그러하지 못한다. 이러한 극명한 차이로 인하여 근대 이후 학문을 어떤 법칙 아래 통일한다는 시도 자체가 의문시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통일적 관점에서 학문을 기술한 통합이론을 근대 이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본성을 아는 것에 학문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틀에서 목적인 법칙을 내세워 통일적 기술을 가능케 하였다. 그 이면에는 단지 학문의 통일적 기술에 주안점이 있는게 아니라 본성과 법칙 하에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기술하려 했다. 근대 이후 자연과학과 여타 과학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일 이론의 목적에 맞는 아이템은 물리학의 몽일장 이론이다. 


통일장 이론의 간략한 정의.....


19세기에 이루어진 전기와 자기 현상에 대한 이해는 정지와 운동의 순차적 이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일 뿐만이 아니라 근대 이후 통일 이론이 구성된 첫번째 사례이다. 헤겔이 이성의 법칙을 바탕으로 모든 학문의 통합을 시도하였으나 이미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알려진 시대였다. 그러므로 모든 학문의 통합은 방법론에서 가능하지 않다. 더군다나 근대과학에 관한 이해의 부족은 학문의 통일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가능하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었다. 근대과학의 성공은 통일 이론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실제로 전기와 지기 이론에서 통일이 이루어졌다.   


18세기 중반에 전기를 모으는 장치인 라이덴병이 발명되고 병 안에 축적된 전기를 이용하여 전기에 대한 여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양과 음의 두 종류의 전기는 많은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전기는 서로 밀치고 다른 전기는 서로 끌어당기고 전기의 양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모두 다르다. 전하 사이에 미치는 힘 또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18세기 말에 쿨롱이 발견한 법칙은 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두 전하의 양에 비례하고 그것들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만유인력의 법칙을 닮았다. 그런데 쿨롱의 법칙은 두 개의 전하가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 전하 사이에 미치는 힘의 법칙이다. 라이덴병은 정지해 있는 전기를 모아 놓은 도구였으므로 병에서 방출되는 전하는 일정 시간 동안 도선 등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방전되곤 했다. 전기를 지속해서 흐르게 할 수 없었던 라이덴병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정전기의 성질만을 알 수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쿨롱의 법칙은 정전기 연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기념 법칙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기를 지속해서 공급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즉, 정전기의 이해로 말미암아 다음 단계로서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의 현상 탐구가 중요했다.


1800년에 전기를 지속해서 흐르게 하는 전지가 발명되었다. 전지의 발명은 전기 현상의 이해에 기폭제가 되었다. 전지는 흐르는 전기인 전류에 관한 연구를 촉발하였고 전류는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규정되었다. 전하의 운동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았다. 전류가 흐르면 반드시 자기장이 유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전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없다. 전하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 자기가 유도된다. 전류가 자기를 유도하는 법칙이 앙페르의 법칙이다. 앙페르의 법칙이 알려진 지 20년 후인 1831년에 이와는 반대 현상이 발견되었다. 즉,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기장이 전류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패러데이 법칙의 발견은 전기와 자기가 독립적이 아니라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함의하고 있었다. 이처럼 전기와 자기의 변화에 대한 일련의 이해는 정지 상태의 전기 및 자기 현상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정지가 이해되지 않거나 정지가 먼저 화두가 되지 않고 변화가 선행하는 일은 없다.  

   

전기로부터 자기를 생성하고 역으로 자기로부터 전기가 생성되므로 전기장과 자기장을 통일시키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맥스웰에 의해 완성된 전자기 방정식은 두 개의 정적 방정식과 뚜 다른 두 개의 동적 방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전기와 정자기, 전류와 자기장, 자기장으로부터 전기가 유도되는 방정식들이다. 맥스웰방정식은 물리학에서 힘을 통일하여 이룬 최초의 통일장 이론이다. 미래에 다른 힘을 통일하리라는 희망은 커져만 갔다. 


이전 21화 뉴턴물리학에 의한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