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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25. 2021

통일 이론: The Standard Model

통일장 이론

우주 초기에 하나의 힘이었던 것이 대칭이 깨짐으로 여러 힘으로 갈라져 오늘에 이른다는 믿음은 물리학에서 자연스럽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이 하나였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는 의미는 근본적으로 자연현상이 하나의 법칙에서 출발한다는 개념과 같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전기력과 자기력이 성공적으로 통합된 예가 있고 자연의 대칭성을 중시하는 물리학에서 통합에 대한 열망은 철학적 논증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통일장 이론을 향한 여망은 기본입자와 힘에 의한 상호작용이 이해를 더 할수록 커졌다.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일한 이론은 자연스레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20세기 초에는 강력과 약력이 전자기력과 중력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힘으로서 새로이 발견되었다. 원자핵 안의 핵자들이 강하게 뭉칠 수 있도록 양성자들이 갖고 있는 같은 전기에 의한 강한 반발력보다 더 큰 끌림력이 강력이다. 방사능 붕괴나 태양 에너지 방출 등에서 약력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 힘을 하나로 통일하는 노력은 현대 물리학이 탄생한 지 반세기가 지났을 즈음 실현 가능한 실체로 받아들여졌다.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먼저 시작되었다. 두 힘의 이론이 게이지 이론이고 가장 단순한 군 두 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자기력은 공간에 무한대로 전자기장이 존재하는 데 비해서 약력은 입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만 발생한다.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힘이 전달되기 때문에 양자전기역학과는 다르게 상황에 맞는 장이 도입되어야만 했다. 그런 이유로 전자기력의 매개입자로서 광자는 질량이 없는 반면에 약력의 매개입자는 질량이 매우 커야 했다. 전자기력과 약력이 하나로 통합되기 위해서 원래 두 힘으로 쪼개지기 전의 힘의 실제 크기는 같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약력의 매개입자가 약 100 GeV 정도 질량을 가질 만큼 매우 무거워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세워 1967년, 스티븐 와인버그 Steven Weinberg와 살람 Salam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할 수 있었다. 전자기력 하에서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U(1) 게이지 이론과 약력에서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SU(2) 양-밀스 게이지 이론이 통합된 것이다. 전기약작용 이론 electroweak theory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의 크기가 같았다고 가정함으로 두 힘을 통합한다. 힘은 대칭이 깨짐으로 둘로 쪼개지면서 매개입자인 게이지 보손은 질량을 얻게 된다. 우리는 광자의 질량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질량을 얻게 하는 힉스 기법을 통해 광자는 질량이 업으나 약력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존은 질량을 가지게 된다. 게이지의 변환에 대해서 불변이 되도록 힉스장을 도입하여 약력을 매개시키는 W와 Z 게이지 보손은 질량을 얻게 되지만 광자는 그렇지 않다. 질량의 차이 때문에 전자기력과 약력은 높은 에너지에서는 비슷하나 낮은 에너지에서는 매우 다르다. 


전기약작용과 강력의 통합은 강력에 의한 기본 입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양자색소역학이 SU(3)군으로 쿼크들의 상호작용을 잘 묘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바람직하였다. 전기약작용 이론은 SU(2)와 U(1)군을 통합한 것이므로 강력을 설명하는 SU(3)가 합쳐지면 누가 봐도 단순성의 기묘한 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해서 쿼크와 경입자 사이의 대칭이 있어야 하므로 또 다른 쿼크가 추가로 존재해야 했고 양자색소역학은 예측했다. 이론이 구축될 당시에 쿼크는 세 개인 반면에 경입자는 전자와 뮤온과 그의 파트너인 전자중성미자와 뮤온중성미자로 네 개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참 charm으로 불리는 네 번째 쿼크가 발견되면서 양자색소역학이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이로써 전자기 약력 이론에 양자 색소 역학을 덧붙여 표준모형 The Standard Model이 완성되었다. 처음의 표준모형은 경입자와 쿼크가 각각 쌍을 이루며 두 세대로 구성된 상호 대응의 형태로서 대칭적이었다. 그런데 표준모형이 완성된 후 타우 입자가 발견되어 또 다른 경입자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새로운 경입자의 발견은 3세대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스레 대응되는 3세대 쿼크의 쌍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었다. 1, 2세대의 경입자 쌍과 유사하게 타우입자와 타우중성미자를 쌍으로 하고 이와 대응되는 전하 (2/3) e의 톱 쿼크와 전하 (-1/3) e의 버텀 bottom쿼크의 존재가 예견되었다. 3세대의 쿼크 쌍 중에 가벼운 버팀 쿼크는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을 설명하기 위한 CP 비보존 Charge-Parity Non-Conservation을 위해서도 필요한 존재였다. 물론 버텀 쿼크와 함께 쿼크의 3세대를 이루는 톱쿼크도 함께 예측되었다. 


표준모형을 기반으로 우주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보자. 대폭발 후의 우주는 매우 뜨거웠고 모든 힘은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주는 팽창하여 식으면서 대칭이 깨져 힘이 나누어지게 된다. 이론적으로 빅뱅 후 가장 빨리 중력이 분리되었고 그 다음에 강력이 분리되어 쿼크들이 뭉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전기약력이 전자기력과 약력으로 분리되었다. 전기약작용에서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을 때 우주의 에너지는 약 100 GeV 정도였다. 이 에너지보다 높을 때는 W, Z 보손과 광자는 서로 구분이 되지 않고 전기약작용을 매개하는 질량이 없는 입자들만이 존재했다. 이 에너지에서 대칭이 깨지면서 약력의 게이지 보손인 W와 Z 입자가 질량을 얻게 되며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 그러므로 대칭의 깨짐은 게이지 보손의 질량이 왜 서로 달라 어떤 것은 무겁고 어떤 것은 가벼우며 어떤 것은 질량이 없는 지를 설명한다. 이와 같은 자발적 대칭의 깨짐 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이 없었다면 모든 입자들은 질량이 없었을 것이다. 힉스 기법의 중요성의 이면에는 게이지 대칭성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담겨있다. 기본 입자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는 데 입자들의 운동에너지와 포텐셜에너지 그리고 입자의 질량이 포함되고 이들 모두는 국소적 게이지에 대해서 불변이어야 한다. 질량 항은 게이지 변환에 대해 불변이 아니므로 질량을 이론적으로 정의할 수가 없었다. 게이지의 변환에 대해서 불변이면서 동시에 질량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힉스 기법이기 때문이다.   

   

통일장 이론인 표준모형을 기반으로 한 힘의 진화. 원래 한 개의 힘이 대칭이 깨짐으로 네 개의 힘으로 분리되었다. 


복잡해보이지만 표준모형은 의외로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준모형은 힘에 따라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기본입자들과 그 상호작용을 매개시키는 입자들을 소개한다. 기본입자들은 크기를 갖고 있지 않는 6개의 경입자와 6개의 쿼크로 구분한다. 이를 다시 각각 3쌍으로 구분하여 이들을 세대라 한다. 경입자는 각각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뮤온과 뮤온중성미자, 타우입자와 타우중성미자로 쌍을 이루며, 이와 대응하여 쿼크들은 각각 업과 다운, 참과 스트랜지 및 톱과 버텀쿼크로 쌍을 이루어 경입자 쌍과 대응된다. 이들 기본입자들의 세대는 임의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고, 기존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고도의 물리적 대칭성을 근거로 전하량의 보존법칙과 쌍을 형성하는 입자 사이에 존재하는 보존되는 물리량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 경입자의 경우 각 세대의 윗부분에 있는 중성미자들은 모두 전기를 띄고 있지 않고 밑 부분의 경입자들인 전자, 뮤온, 타우 등은 -1e의 전기를 띄고 있다. 쿼크들 또한 그러한 규칙성을 갖고 있어 각 세대 윗부분의 쿼크들은 +(2/3)e, 밑 부분의 쿼크들은 모두 -(1/3)e의 전기를 띄고 있다. 또한 이들 쌍은 다른 쌍으로부터 구별되는 고유의 양자수를 갖고 있다. 전자기력의 광자처럼 약력에 의해 기본입자들이 상호작용을 하도록 매개시켜 주는 입자는 W(+-) 와 Z입자이다. 우주에서 가장 큰 힘인 강한 상호작용(또는 강력)을 설명하는 양자색소역학도 게이지에 대해 8개의 매개입자가 있고 글루온Gluon이라 불린다. 이론상의 게이지 불변의 법칙은 상호작용을 매개시켜주는 입자의 존재를 정당화시켜 주며 이들이 기본입자가 특정의 힘 하에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소립자 상호작용의 기본 골격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들 매개입자를 통상적으로 게이지 보손이라 부르며 모두 스핀 1이다.

 

  표준모형은 수학의 군론을 적용하는데 이론적 모형 중에서 가장 단순한 모형이다. 전자기력과 약력이 합쳐지고 후에 강력이 포함된 표준모형은 군론의 관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군의 연차적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상적으로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자 수학적 방법을 쓰고자 한다면 접근하기 쉬운 가장 간단한 체계부터 가정하고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표준모형이 통일장 이론 중에 수학의 군을 적용시킨 첫 번째 이론적 모형이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군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컴의 면도날은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이 맞을 확률이 크다는 것으로 명제는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데도 중요한 예시가 된다. 그러므로 표준모형은 오컴의 면도날의 전형적인 예일 수도 있다. 모형은 그 동안의 중요한 실험의 결과로부터 귀납적으로 법칙이 형성되어 이루어졌고 수학적 표현의 핵심인 군에서 가장 간단한 군들의 조합으로 이보다 더 간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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