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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나이 Jan 14. 2021

Smile Tour

만달레이에서 여행을 마쳤다. 이제 방콕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방콕에서 여행의 여독을 풀고 귀국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묵었던 호텔 직원에게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특정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만달레이 시내에서 공항까지 무료 서틀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시간 맞춰 그가 일러준 장소로 나갔다. 혹시 버스를 놓칠 수도 있으니, 30분 먼저 나가서 기다렸다. 정류장이라는 표시는 없지만 어느 가게 건너편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였다. 그 자리에 서있으니, 가게를 운영하시던 분이 저만치에서 손을 흔드셨다. 처음엔 인사라고 생각했다.

30분이 흘렀다.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고, 나 외에 기다리는 여행객은 없었다. 어쩐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가게로 들어가서 이유를 물었으나, 그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곤 한다.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있었으니.. “No bus”

그렇다. 무료 셔틀버스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 호텔 직원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나는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가게 직원들은 인사를 한 것이 아니라 안 온다는 정보를 알려준 것이었다. 여기서 공항까지는 40km 떨어져 있고 비행기 출발까지 3시간이 남았으나, 잔돈까지 다 털었던 나는 그야말로 큰일이다.

지갑에서 5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식당 주인에게 환전을 요청했다. 아마 내 생에 최악의 환율이었을 것이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수중에 돈이 들어온 나는 이제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택시 운전수들이 호객행위를 해오지만 어쩐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때 저 멀리 오토바이 택시용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그늘 아래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 위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말의 사건엔 관심이 없다는 듯 낮잠을 즐기려 한다. 눈길을 끄는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 공항을 얘기했다. 너무 멀어서 꺼리시는 것 같으나, 이내 흥정하여 약 7천 원으로 공항까지 이용하기로 하자 미소를 보이신다.

인상 좋은 그 아저씨 역시 영어를 하지 않으셔서 우리는 수신호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먼길을 같이 가야 하는 사이이기에 이름을 소개하며 나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곤 배낭을 등에 맨체로 뒷자리에 앉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나의 귀국을 맡긴 셈이다. 우리는 퀘퀘한 오토바이 먼지 가득한 곳을 지나 달리기 시작한다.

공항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도로 상황도 좋지 못한 데다가 시동이 꺼지지 않는 게 신기한 아주 오래된 오토바이를 타고 갔으니.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소나기를 맞닥뜨린다. 아저씨는 비가 내리는 하늘을 손으로 한 번 가리키고, 큰 나무를 가리킨다. 비가 오니 나무 아래에서 쉬었다 가겠다는 얘기다.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한다. 우리는 멀뚱히 떨어지는 비를 바라본다. 어쩜 이리도 시원하게 내리는지. 소낙비가 그쳤다. 아저씨는 가겠다는 손짓을 하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시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오토바이를 택한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심할 여유도 없이 우린 어느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또 한참을 가다 아저씨가 흠칫 놀라신다. 무슨 연유에선지 시골의 어느 가정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신다. 잠시 앉아있으라는 수신호를 보내시곤, 집주인과 대화한다. 이내 우물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오셔서 웃으며 하시는 말씀은 “Hot.” 모터가 뜨거워서 물로 식히신다는 것 같다. 물을 부으니 김이 펄펄난다. 공항 가는 게 뭐라고 목숨까지 걸게 생겼다. 모터가 조금 식자, 아저씨는 다시 간다는 손짓을 하신다.

그렇게 오토바이 아저씨 등에 메달린체 꼬박 2시간을 달려 만달레이 공항에 도착했다. 의아하게도 겨우 2시간 동안 손짓과 옅은 미소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이 아저씨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이유는 뭘까. 아니면 만달레이를 떠난다는 아쉬운 마음이 동한다랄까. 만남이 있으면 어떠한 이유로든 헤어짐이 있게 되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오는 마음의 무게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험한다. 정을 준사람이던지 혹은 시간이던지, 그 깊이와 길이에 관계없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또 나이를 먹고 여행에 익숙해져가도 만남과 헤어짐은 마음 한편에 자리하여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혹시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짐을 동시에 떠올리면 해결되려나.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여 감사한 마음에 무언가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마땅한 물건은 없었으나, 휴대폰 방수팩을 드렸다. 그리곤 비가 오면 휴대폰을 넣고 목에 걸으시라는 완벽한 수신호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마지막 손인사를 하기 전 아저씨는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아마 다음에 오면 연락하여 자신의 투어를 이용하라는 의미시겠지. 아니면 헤어짐의 아쉬움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낀 바는 그러하였으니.

아 놀랍게도 영어를 못하시는 그분의 명함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Smile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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