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저는 잘 지내요.
오늘 당신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을 거닐었습니다.
그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변했더군요.
우리가 앉아 빵을 나눠먹던 그 벤치도 그대로 있고
매일 맛있는 시루떡을 자르고 있던 떡집도 그대로 있더군요.
그 길엔 그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곳이 우리가 종종 걸었던 자리인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사실 최근에는 그 근처로 자주 갈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추억을 매주 마주해야 합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 뛰어왔던 그 자리
당신이 저 때문에 울던 그 자리
달이 참 밝은 날입니다.
언젠가 그 달을 보면서 함께 얘기를 나누었겠죠.
가끔은 이런 저를 떠올리기를 욕심부려 봅니다.
저는 잘 지내요.
간간히 달빛에 당신의 소식을 비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