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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3시간전

모태솔로와 저출산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이러저러한 분석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결혼적령기를 앞둔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저출산 이전에 결혼을 안했고 결혼 이전에 연애를 안하고 있으며 연애 이전에 만남이 없는 케이스가 꽤 많다.


그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일단 돈 부터 모아야지’ ‘요즘은 너무 바빠서’ ‘새로운 사람 만날 일이 없어’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등이다. 


내가 보기엔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연애세포가 죽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자주 사용하는 부분의 시냅스 연결이 활발해지고 반대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약화된다. 말 그대로 연애를 하기 적합한 시냅스는 모두 끊어져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관계에 따르는 문제 거리도 많다. 물론 새로운 관계에서 오는 설렘이 있고 배움이 있으며 활력이 있다. 하지만 연애의 단점을 찾으라고 하면 당장 수 없이 떠올릴 수 있는 반면, 좋은 연애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연애의 장점을 찾으려고 하면 딱 집어내기 애매하다. 


그럼에도 어쨌든 대부분은 연애를 하는데, 나는 그 시작의 중요한 지점이 청소년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점에는 연애의 장단점을 앉아서 따지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성욕이 모든 생각을 무시할만큼 강하기 때문에 걱정이 들거나 문제가 생겨도 그냥 밀어붙일 힘이 있다.


그런데 그 시기에 남고 혹은 여고를 다니던,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던, 부모님의 통제가 빡세던 뭐 어떤 이유로든 간에 이성적인 만남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나이를 먹으면 점점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이성적인 욕구를 참는 것에 익숙해지고 주관적인 감정인 설렘이나 쾌감 같은 건 접하지 못하지만 객관적인 현실인 데이트비용이나 스토커 같은 것은 접하게 되니 점점 더 연애와는 멀어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어쩌다 연애를 할 상황이 되도 연애 세포를 되살리기가 쉽지 않아진다. 요즘은 또 결혼에 대한 압박이 심한 시대도 아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출산에 기여하는 청년 한 명이 완성된다.


그런 청년을 부르는 여러 가지 호칭이 있는데, 일본에서 건너온 용어인 초식남이 있다. 요즘은 초식남을 넘어서 절식남이라고 한다는데. 초식남은 연애에 있어서 소극적인 남자라면 절식남은 연애를 아예 끊어버린 남자다. 일본에서 그런 호칭이 나온 이유가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년 일본뉴스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20대 남성의 46%가 연애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소위 모태솔로이며 30대도 41.2%가 모태솔로였다고 한다. 여자는 좀 더 상황이 나은데 여성의 경우 20대 29.8% 30대 25.3%의 모태솔로 비율을 보였다.


한국은 일본보단 낫지만 역시 꽤 높은 비율이다. 한 데이터기업에서 미혼남녀 11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25.5%가 모태솔로라고 한다. 인구보건협회의 조사에서도 29.1%의 청년이 모태솔로라고 답변했다.


일본은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픽업아티스트 교육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국가에서 컴퓨터 활용능력 강의를 제공하고 한국사 시험을 주관하는 대신, 여자 꼬시는 법 강의를 제공하고 연애 심리 시험을 주관하는 그런 모습이 곧 일본에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본보다 출산율이 훨씬 더 낮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국가 차원의 연애 강의를 제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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