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에세이
-이성부 <봄> 중에서.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 -
다시 봄을 기다린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겨울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얼어붙은 세상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일이 와도 매서운 눈보라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고립될 것이라는 황량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 깊은 동면으로 빠져들게 한다. 결코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의 순간에 시인은 말한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라고.
자연은 우리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순리대로 될 거라고 믿음을 잃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우리의 인내심과 믿음은 늘 엇박자를 내곤 한다. 특히 위태로운 시절, 불온한 시대에는 더 쉽게 포기하고 더 깊이 좌절한다. 자연의 순리 따위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의 법칙은 언제고 어디서든 존재하고 혼돈의 시대에는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이성부 시인은 암울했던 70년대에 봄을 기다리며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게다가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라고 부르며 적극적으로 봄을 맞이한다. 자연의 순리를 믿는 강한 신념이 있기에 이렇게 봄을 노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새로운 시작과 더불어 더 따뜻하고 더 밝은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속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더 좋은 내일에 대한 믿음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도전과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다가 문득 봄이 오면 우리는 어둠과 추위를 이겨낸 우리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서로를 격려하며 기쁨 가득찬 마음으로 봄에 안길 것이다.
어둡고 불안하고 혼탁한 오늘에도 봄은 늘 희망이고 푸르스름한 생명력이다.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이고 생명 있는 것들을 소생시키며 떠났던 것들을 돌아오게 만든다. 따스한 햇살과 맑은 이슬, 흐르는 냇물과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들, 새의 지저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과 급격히 푸르러지는 숲에 이르기까지 봄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에너지를 선물한다.
얼어붙은 겨울을 힘겹게 지내며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봄은 위로와 응원의 계절이고,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의 계절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봄에게 <답 시> 한 줄을 선물한다.
- 자작시 <진달래> 전문.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