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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곱시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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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석 Jun 30. 2024

'이걸 했어요'가 아니라 '이렇게 디자인했어요'

UX 디자이너가 이력서/포트폴리오에서 본인 역량 자랑하기 

“그 사람 서울대 나왔대~”
라고 말하면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사람 미국 유학파래~”라고 하면 “뭥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벌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유학파라면 무조건 우대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실력없는 쭉쟁이들 덕분에 선입견이 없어졌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일곱시UX (www.meetpm7.com)를 만들어가면서 디자인과 학생들과 UX 디자인 주니어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학교 수업과 과제도 열심히하고 (옛날에 존재하던 베이스 깔아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사라진 듯), 연합동아리에서 앱도 만들고, 공모전이나 해커톤에 참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듣는다. 

그 결과 그들의 이력은 꽤나 화려하다. 모바일 앱 출시, 공모전 입상, 해커톤 수상 등등. UX 디자이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예전이라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력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이력만으로는 효과가 매우 적다. 왜냐하면 듣보잡 공모전, 해커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도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 공모전 입상, 해커톤 수상 등의 과제들은 눈여겨서 확인해오고 있다 (궁금하니까). 문제는 입상 또는 수상한 과제를 보면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몇번 없다는 것이다. 연합동아리 또는 해커톤에서 앱을 디자인했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서비스(대부분 플랫폼서비스, 이거 매우 어렵다 ㅠㅠ)를 만든다. UX로 기여한 것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이나 면담을 할 때 입상을 했거나 사이드 프로젝트 연합동아리에서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하면, 어떤 디자인을 했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학생/주니어들이 “무엇을 잘 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부분 공모전 준비 기간 동안, 연합동아리/사이드 프로젝트 활동 기간 동안, 해커톤에서 밤새면서 열심히 했다는 자랑은 한다. 하지만 UX 디자이너로써 잘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자랑할 기회를 주었는데 자랑을 안하는(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대부분의 학생/주니어들이 “무엇을 잘 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무엇을 잘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자랑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학생이나 주니어들은 많이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업의 텀프로젝트에서 잘한 것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있었다. 삼성SDS와 LG CNS의 주니어들이 본인이 잘하는 것을 몰라서 미래를 걱정하던 후배들도 생각난다. 많은 종류의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UX를 하고 있으면서 이 역량이 최근에 매우 중요해졌는지를 모르는 팀원도 생각난다. (반면 SK텔레콤에서 외주 회사에 의존해서 개인 역량을 키워가지 못하던 후배도 생각난다. 왜 이 회사는 애플처럼 일하지 않는지 화를 내던 삼성전자/LG전자 후배들도...)


이 글을 쓰면서 자랑을 잘했던 사례들을 되돌아 보았다. 내가 했던 잘된 과제, 제자들의 잘된 과제, 학회나 세미나에서 공유되었던 성공 사례, 훌륭한 지원자의 포트폴리오 등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서 ChatGPT와 함께 정리를 시도하였다.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중요한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 

새로운 문제를 찾고 명확하게 정의함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또는 증명된) 개선 

사용자 조사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 

좋은 아이디어 제시 및 디자인에 반영  

새로운 디자인의 시도 

그외 등등 


이렇게 써놓고 보니 UX 책에서 나오는 문장이 되어버렸고 마치 매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를 보면 UX 디자인 프로세스의 곳곳에 대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 정의, 리서치 수행, 인사이트 발굴, 디자인, 사용성 평가, 재설계 등. 즉 각 단계의 활동을 할 때 뻔한 것(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모든 단계와 활동에서 찾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 정의 - 인사이트 - 아이디어 중에서 한두개만 찾아도 된다.) 


뻔한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한두개 찾아야 한다.

"무엇을 잘했는지"를 아는 것은 경험을 통해 쌓이는 역량이다 (UX 이론과 용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빠르게 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람들에게 본인의 디자인 결과물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조금씩 늘어가는 역량이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선배나 리더들과 함께 일하면서 생기는 역량이다. 그래서 학생이나 주니어들에게 이런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매우 유리해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본인의 디자인 결과물을 누구에게 설명하고나서 좋다고 하면 무엇이 좋은지 왜 좋은지를 꼬치꼬치 캐물어라. 교수님에게도 캐물어라. 누군가 비판을 한다면 이유를 캐물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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