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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Sep 13. 2023

어느 섬......가시나요?

목포여객선터미널

목포는 항구입니다. 도시라는 정체성을 갖기 이전에는 조그마한 어촌이었고, 이후에 다도해를 통괄하는 군항이 되었다가, 1897년에는 외국과 교류하고 물류를 수송하는 본격적인 항구로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목포라는 곳을 관통하는 역사에서 항구라는 기능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간이 되는 것이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일 항구가 사라진다면 목포는 더 이상 목포가 아니게 됩니다. 항구가 사라진 목포는 어떤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목포는 항구가 맞습니다. 당연한 말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냐고요? 목포를 섬지역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목포 자체가 매력적인 여행지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섬들에 가려고 배를 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신안, 진도, 암태도, 안좌도, 압해도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목포에서 배를 타야 했습니다. 하지만 압해대교, 천사대교, 진도대교 같은 다리가 건설되면서 이제는 차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목포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갈 일이 그만큼 적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목포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한국해운조합 산하에는 지방청이 10 곳 있는데, 각 지방청별로 연결하고 관할하는 도서들이 다릅니다. 한국해운조합에서 발행한 2022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여객수송에서 목포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38.6%(총 4,089,000명)로 다른 지방청을 압도합니다. 2위인 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5.9%에 불과하니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목포항에서 운항하고 있는 항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수항은 16개 항로를 운항하는 것에 비해 목포는 목포-제주 간 노선을 포함해서 29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습니다. COVID-19 영향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던 여객 규모도 차츰 이전과 비슷하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목포여객터미널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도착했다면 일단 어떻게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섬으로 들어갈 예정이라 짐이 조금 많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합니다. 버스를 타면 10여 분 정도 걸립니다. 만일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걸어가 보겠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한복판을 가로질러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가더라도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색적인 공간과 맛집들을 사전에 탐방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은 1980년에 지어져 20년 동안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규모도 작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어 2003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5년까지 총사업비 250억 원을 들여서 멋진 건물이 되었습니다. 건물을 디자인할 때 바다를 빠르게 누비는 쾌속선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크기도 상당합니다. 건축면적이 2,751제곱미터에 달하고 대합실에는 동시에 1068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전경입니다. 높이도 매우 높고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내부에는 사람이 너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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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상식 1]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여객선터미널로 향한다면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명칭부터 잘 고민해야 합니다. 목포에서 사람이 배를 타기 위해 가야 할 장소는 공식적으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Mokpo coastal ferry terminal'입니다. 그런데 "나는 작은 섬이 아니라 제주도를 가는 큰 배를 타려고 한다"라면,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 Mokpo port international passenger terminal'을 지도에서 검색해야 합니다. "그래그래, 나는 다도해 풍광을 보러 갈 거니까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가면 되는구나"라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비금, 도초, 흑산도, 홍도, 가거도, 외달도, 우이도로 가려는 사람은 커다란 터미널로 들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안좌, 장산, 하의, 산의, 조도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본관 건물 바깥, 그러니까 터미널 좌측에 있는 작은 별관으로 가야 합니다.

"그... 그래, 나는 비금도 갈 거니까"라며 본관으로 들어갔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여기서 다시 일반선(차도선이라고 여객과 차량을 함께 싣고 운항할 수 있는 배) 매표소와 쾌속선 매표소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쾌속선 매표소 앞에 가서 "이상하다. 왜 내가 가려고 하는 섬 이름이 매표소 표지판에 없지?"하고 동공을 좌우로 열심히 흔드셔도 소용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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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커다란 표지판을 따라서 걸어가 봅니다. 건물을 따라서 우측으로 돌아가 보니 높고 널찍한 계단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가 입구라는 표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말고는 다른 출입구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니 드디어 '출입구'라는 표시가 보입니다. (심신이 허약한 분들이나 임산부, 노약자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출입구를 찾았으니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놀랍게도 한참을 걸어서 올라왔는데 여기가 1층이라고 합니다. (뭐지? (-..-)?) 조금 늦은 평일 오후에 도착했는데, 정말 아무도 없습니다. 어찌 단 한 사람도 없을 수 있을까요? 매표소도 모두 블라인드를 내리고 표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른 아침 출항하는 여객선이 모두 출발하고 다시 배편이 있으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선(차도선)과 쾌속선 매표소가 서로 다릅니다. 가고자 하는 섬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타고자 하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잘 알고 매표소에 가야 합니다. 엉뚱한 매표소에서 물어봐도 물론 직원분이 친절하게 다른 매표소로 가라고 안내해 주십니다.


응? 어라? 안내표지판을 보니 매표소가 세 군데나 있습니다. 더구나 크기가 작고 덜 유명한 섬들로 가는 배를 타려면 별관으로 가야 합니다. 터미널 대합실 제일 구석으로 가면 계단을 내려가서 외부로 나가야 합니다. 배에 차를 싣기 위해 들어가는 입구 앞을 가로질러 가면 '여객선매표소'라는 표지판이 붙은 자그마한 건물이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까 본관보다 작은 매표소가 있습니다. 이곳으로 잘못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지 입구와 안쪽에 "흑산, 홍도, 외달도 방면 이용객에 대한 안내표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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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상식 2]

만일 특별히 어떤 섬으로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아야겠다는 목표가 없이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오신 분이 있다면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해양관광홍보관 海洋觀光弘報館 Marine tourism exhibit hall'입니다. 출입구로 향하는 길고 길었던 계단을 올라가 숨을 고르면서 오른쪽을 보면 '목포신안 관광홍보관'이라는 간판과 작은 입구가 보입니다. 원래는 해양이라고 되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목포신안으로 바뀌어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한 안내책자와 신안지역 농수특산물을 홍보하는 부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신안지역을 홍보하는 전문 안내원이 자세하게 설명도 해주십니다. "다른 섬보다 신안이 최고다. 내가 신안 출신이라서 그러는 것도 있지만 볼거리가 많다"라고 힘주어 강조도 해주십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목포지역 관광에 대한 설명도 함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환기 화백, 이세돌 바둑기사 등 신안 출신 유명인사에 대한 안내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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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뭔가 허전합니다. 그래, 목포에서 제주도 가는 대형 페리선이 있다고 했지. 그런데 이 건물에는 그런 안내가 전혀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봅니다.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로 가라고 합니다. '응? 제주도가 해외였나?'라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오르지만 무시하고 발걸음을 다시 옮겨봅니다.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교차로 후미진 곳을 보니 '국제여객선터미널'이라는 표지 위에 '목포⟺제주'라고 적혀있습니다. 저쪽이 맞나 봅니다. 제주로 가는 배가 두 척인가 봅니다. 각각 이용하는 화물선적장이 다릅니다. 7분 정도 걸어가니 조금 외진 곳에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이 보입니다. 조금 전에 나온 연안여객선터미널보다 오히려 작습니다. 공항으로 따지면 인천국제공항이 엄청 크고 김포공항이 작은데, 여기는 그것과 정반대입니다. 아마도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과 배들이 상대적으로 적은가 봅니다. 그런데 명칭이 조금 다른 것이 눈에 거슬립니다. 교차로 표지는 '국제여객선터미널'인데 정작 건물에는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별것 아니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묘하게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행객이 적고 배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가게들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페리선박들 이미지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건물 안쪽 구석에 '해양안전체험관'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적절한 교육이 사전에 이뤄지고 규정과 절차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면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가 출발할 때까지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둘러보며 만일을 대비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주로 출발하는 페리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씨월드고속훼리주식회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하면 됩니다.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에 '국제'라는 표기가 붙은 이유는 원래 이곳은 제주도가 아닌 중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유람선이 기항하는 것을 전제로 건설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2002년, 2006년에 목포와 중국상하이를 연결하는 노선이 취항하였으나 2007년에 중단되었고 아직까지 국제노선이 취항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목포는 1897년 통상항 通商港으로 개항하면서 본격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항구와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었고, 지리적 특성으로 주요 무역이 이뤄지는 통로였습니다. 하지만 화려했던 지난날과 비교할 때 지금 목포는 해항성 海港性을 많이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텅 빈 여객선터미널 대합실, 굳데 닫힌 매장들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물론 다른 항구들과 비교할 때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오히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여객선터미널입니다. 하지만 이용객에 비해 터미널 건물 규모는 과합니다. 아마 나머지 공간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채워두었나 봅니다. 언젠가 그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합니다.


참고자료

2022 연안해운 통계연보, 한국해운조합, 서울, 2022.



<함께 보면 좋은 것들>

*목포항이 생기면서 함께 들어선 것이 해관 海關입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세관인데, 목포연안여객터미널 길 건너편에 1908년에 건립된 목포세관 건물 터가 있습니다. 본관 건물은 6.25 전쟁 당시 전소되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창고로 사용하던 두 건물은 '목포미식문화갤러리 해관1897'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 건물은 거대한 실내 공간을 가진 카페입니다. 예전에는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철수하고 카페만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쾌적하고 개방감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건물은 목포세관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역사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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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너무 달달한 꿀팁!>

* 일반 대중교통을 탑승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통편을 예약하고 이를 증명하는 승차권을 제시하면 됩니다. 하지만 배와 항공기는 조금 다릅니다. 만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를 명확히 산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탑승하는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래서 표를 구매하거나 탑승할 때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면서 신분증을 챙겨 오지 않았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를 위해 여객터미널에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있습니다. 발급기를 이용해서 자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탑승할 때 이것을 신분증 대신 제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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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정보]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182(연안여객터미널), 148번길 14(국제여객선터미널)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제한 없음.

[주차 정보] 건물 1층에 유료주차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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