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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14. 2024

#2. 한 번쯤은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

 2019년엔 너무나 따뜻했던 나의 동생 반려견 ‘뚱이’와 소중한 ‘나의 친구’가 각자의 별로 돌아갔다.

깊은 슬픔과 그리움이 사무치던 해.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친구와의 이별.


대학에서 만나 같은 공간과 시간을 보내고,

졸업 후에도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의도 벚꽃 구경을 하며 예쁘게 피어나던 그때의 우리.


시간이 흘러 2018년 11월.

37살이라는 나이에

친구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나는 강원도 작은 마을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먼 곳이었지만, 감사한 분들이 많이도 찾아와 주었다.

신부대기실에 앉아있던 나는,

가족들과 함께 온 친구를 보자마자 눈물이 차올랐다.

“울면 안 돼요. 신부님~”

항암치료를 하고 있던 중이라, 컨디션이 괜찮으면 오겠다던 친구.

살짝 부은 얼굴에 차분하지만 풍성한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웃는 얼굴로 반기던 친구.

앨범 속에 깊게 새겨진 너의 모습.


결혼 후, 신혼집에 유일하게 놀러 왔던 친구.

야윈 몸으로, 약해진 체력을 위해 걸어야 한다며

굳이 내가 살던 건대입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었지.

조금만 걸어도 배가 아프다던 친구와

어린이대공원 잔디밭에 앉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벚꽃길을 걸었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의 너와 내가 꽃잎을 잡았더라면,

너의 이야기는 조금이나마 달라졌을까.


2019년 8월.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사 온 동네와 멀지 않은 곳에 친구가 다니던 병원이 있었다.

그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친구.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싫을 정도로 말라버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던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 사실 일어나기 싫어. 그냥 계속 자고 싶어 ‘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가족들에겐 아주 작은 희망의 시도라도 해주고 싶어 하던 친구였다.


하루는 친구에게 비밀로 하고, 서울에 사는 친구를 불렀다.

웬만해선 장거리는 움직이지 않는 녀석이지만, 그날은 당연히 와 주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말라버린 모습을 본 친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고개를 돌려버렸다고.

자신을 보러 멀리서 와준 친구에게 너무나 환한 미소로 반겨주던 모습은

우리의 가슴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의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었다.

 

 너무나 변해버린 아픈 자신의 모습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던 친구였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작은 만남으로 조금씩 시간들을 채워갔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인사를 나누던 친구가 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나 친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와주는 거 보니, 나 잘 살아온 것 같아.‘


어느 날은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고.

‘너무 예쁜 무지개를 보았다.’고 말하던 친구.

너의 그 작은 속삭임에 덩달아 기분 좋아하던 우리 친구들.


운명같이 가까워진 거리덕에 거의 매일을 찾아가던 병원이었는데,

친구가 떠난 이후론, 그쪽 하늘조차 바라보기 싫었고, 근처를 지나가기도 싫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가끔씩 남편과 그 앞을 지나가기도 하지만,

절대로 병원 안엔 들어가기 싫다고 말한다.

이 마음은 몇 년이 더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와서야 꾸역꾸역 삼켜두었던 친구와의 시간들을 다시 만나고, 글로 남겨 본다.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고 울컥 대는 마음 때문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다시,

아팠던 마음을 꺼내어 보는 것이 잘하는 건가 싶다가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때의 마음들과 추억들이 있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안심한다.



그때의 너를 기억하고,
함께 시작했던 풋풋한 스무 살.
그때의 우리를 기억해.
애써 아픈 너의 모습을 지워보려고 했던 때도 있었어.
이제는 그 모습조차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보려고 해.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며,
나이 들지 않은 그때의 모습 그대로,
살아있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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