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 세 글자만 들어도 왠지 모를 설렘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세 글자와 함께 떠오르는 장면들…
청록색의 푸른 바다와 손에 닿을 듯한 몽실몽실 새하얀 구름들,
도심에선 그토록 높기만 한 하늘인데,
제주의 파란 하늘은 바다와 맞닿아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자꾸만 고개를 들어 바라보게 되는 아련한 하늘이다.
제주의 동쪽, 드라이브하며 홀딱 반한 비자림로의 삼나무숲길은 나의 최애 힐링포인트다.
온화하게 뻗어있는 도로 양옆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들은, 여행자의 흥분된 마음을 차분하게 이완시켜 주면서도 제주도만의 설렘포인트를 내세우며 이국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그리고, 삼나무와는 다른 매력의 아기자기한 가로수들도 눈길을 끈다.
마을 곳곳에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감성을 자아내는
풍성한 가지와 윤기 나는 잎사귀가 이색적인 후박나무, 돌담 위로 보이는 귤나무, 유독 반짝이는 도톰한 잎사귀를 가진 동백나무.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줄지어 쌓여있는 제각각 모양의 까무잡잡 구멍 송송 현무암.
해안도로의 세찬 바람에 모든 것이 휘청이며,
힘겹게 잡고 있는 정신줄도 홀랑 날아가 버리곤 하지만, 그마저도 특별하다며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부여잡는다.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눈앞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가지런히 신발과 양말을 벗어둔채 조심스레 맨발 걷기를 실천해 본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차오르며 간질이는 고운 모래에 모든 감각이 쏠리다가도, 이내 적응하곤 눈을 돌려 푸른 바다와 파도에 오르내리는 모래알, 저 멀리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구름을 눈에 담는다.
불현듯 찾아와 쏟아지는 햇살을 가리는 짙어진 구름에 아쉬움 가득 담아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에 또다시 햇살이 비친다.
제주에선 조금만 눈을 돌려 풍경을 바라보면,
여기저기 올록볼록 솟아 있는 오름들을 볼 수 있다.
저마다 비밀을 품고 있는 듯 궁금증을 자아낸다.
가까이 가서 보아야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다.
유명한 관광명소를 구경하며 웅장한 자연과 볼거리에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우연히 마주친 동네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그곳만의 자그마한 차이와 소소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에 더 재미를 느낀다.
제주도만의 자연스러움과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것을 꿈꾸곤 한다.
이렇게 제주를 떠올리다 보면, 금방이라도 그곳에 도착할 것만 같은 착각과 함께 행복감을 느낀다.
제.주.도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우리 부부의 시작을 함께한 신혼여행지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를 꿈꾸는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아직까진 제주에서의 삶을 그저 동경만 할 뿐,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남편이 퇴직을 하고 나면,
서로의 취향에 맞는 일을 찾아 함께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곳이
제주도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과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다섯 마리 고양이 가족과
햇살 가득한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따스한 햇살에 취해 안락하고 다정하게 살아가는 그림을 그려본다.
제주도 삶의 계획이 구체적이든 막연하든 상관없이,
지금의 나에게는 ‘우리 부부의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과 이유들이 또 다른 선택의 길을 만들겠지만, 이런 로망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 것도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