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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Apr 11. 2024

고양이 가족의 중성화 수술 (14화)

#14. 고양이는 생각보다 더더더!!! 예민하다.

  고양이는 매우 예민한 동물이다.

얼마나??? 예민하길래 이런 말이 나왔을까.

그 정도는 '키워봐야 압니다~'라고 대답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까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집사로 살아본 경험상 고양이는 후각, 청각, 촉각, 시각, 미각 모두 민감한 동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다섯 마리 반려묘를 모시는 집사로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과제 중에 하나는 중성화 수술이었다.

본능을 억압하는 행위이며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좀 더 건강한 묘생을 위해선 빠른 시일에 중성화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의 몫이라 생각한다. 반려견을 키워본 입장에서 중성화 수술은 반려동물의 생식기 질환을 예방하고, 좀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선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결정에 있어선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다섯 마리 고양이를 어느 시기에, 어떤 순서로 수술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을 뿐이다.


수의사선생님께선 첫 발정기가 오기 전에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첫 발정기라... 처음 경험하는 아가냥들의 집사로서는 그 시기가 언제쯤 일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수유를 종료하고 나면 미덕이(어미고양이)에게도 발정기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예상만 할 뿐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경우, 밖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에 비해 더 자주 발정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 길냥이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는 시기에 발정기가 찾아오지만, 집냥이의 경우 대체로 비슷한 온도의 따뜻한 공간에서 지내기 때문에 때때로 더 자주 발정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가냥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수유를 중단한 미덕이에게도 조금은 여유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아뿔싸... 어느 날 미덕이의 행동이 좀 이상했다. 이상한 울음소리로 '응애~' 하고 울기시작 했고, 그 울음소리가 더욱 자주 길게 이어졌다. 몸을 여기저기에 비비고, 궁디팡팡(고양이 엉덩이 부분을 토닥토닥해주는 것) 할 때만 반응하던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리거나, 납작하게 엎드려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드는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거나, 애교스러운 행동이 많아졌다. 바닥에 뒹굴거리거나, 몸을 비비는 것은 평소에도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울음소리 나 애교스러운 행동, 엉덩이를 치켜들고 몸을 움직이는 행동들은 평소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미덕이의 발정기 증상이 수컷인 형제냥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인지. 이것이 의문이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래도 엄마인데, 엄마는 알아보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안심할 수 없었다. 이 의문에 대해선 수의사선생님께서도 확실한 답을 해주시지는 못했다.


아뿔싸...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토리(형제고양이 중에 한 마리 - 고등어태비)'의 행동이 이상했다. 엄마인 미덕이의 발정기 행동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큰 울음소리로 미덕이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물고, 교미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이런 상황에 당황한 나는 몇 번이고 토리의 행동을 제지해야 했고, 빠른 시일에 동물병원을 찾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해야 했다. 토리는 태어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직은 영유아기의 고양이였다. 신체발달이 빠른 편인지, 다른 형제냥이들 ( 코코, 코난, 몽돌 )과는 달리 토리만 암컷인 미덕이의 발정기 증상에 반응을 보였다.


수의사선생님께서 암컷고양이의 경우, 발정기 동안에는 자궁이 부어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형제냥들을 먼저 수술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토리'의 반응에 놀랐지만, 생후 6개월 전후로 성성숙기가 오기 전 형제냥들의 중성화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예상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는 수컷의 경우, 고환이 덜 성장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사형제 냥이들의 땅콩(수컷의 고환)은 모두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면, 수술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넥카라(플라스틱 보호대)를 목덜미에 끼고 있어야 하는데, 분명 초예민한 고양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넥카라가 힘없이 쉽게 접히거나 둘레가 작으면, 특히나 유연한 고양이들은 수술부위를 핥을 수 있고, 너무 무거워도 안되고, 목부위가 구멍이 헐렁하면 머리가 작은 고양이들은 쉽게 벗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했다. 일단, 고양이들이 좀 덜 불편해할 만한 넥카라를 찾아 디자인과 실용성,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았고 적당해 보이는 제품을 구비해 두었다.


우리 집 남집사는 수컷인데 뭔가 좀 안 됐다며! 안쓰러워했지만, 나의 결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나는 '땅콩쯤이야 없어도 수컷이야~!' 라며, 지금 당장의 안쓰러움보다는 반려묘들의 행복과 건강이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몽돌이 :) 넥카라 적응중!
코코 :) ' 넥카라하고도 짱꾸 표정

드디어... 그날이 왔다.

2022년 1월 21일

비교적 겁이 덜한 코코와 몽돌이를 먼저 데리고 병원으로 갔고, 기초검사를 한 뒤에 아주 간단한 '땅콩제거 수술'을 받게 해 주었다. 수술 후 깨끗하게? 제거된 '땅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 직접 보여주실 줄은 몰랐다.... 좀 충격... 어찌 됐든 확실한 게 좋으니, 끄덕끄덕 ), 아직 마취에서 덜 깬 비몽사몽 코코 & 몽돌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수술 후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었다.

수컷의 중성화 수술은 개복수술이 아니라서 아주 간단하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바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점프를 하거나 심하게 뛰어다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실밥이 풀리거나 끊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사이가 좋은 고양이들은 서로가 그루밍을 해주는데, 그런 경우 수술부위를 핥아주다가 실밥이 풀리거나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마주치지 않도록 집에 남아있는 '미덕, 토리, 코난'이를 다른 방에 분리해놓아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비몽사몽 비틀비틀~ 눈에 초점이 좀 나간 듯 멍한 코코와 몽돌이는 한두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이동장에서 꺼내주자 목덜미의 이상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목을 휘적휘적거리고, 백스텝을 밟으며, 난리부르스를 치기 시작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안에 있는 여분의 이불과 쿠션, 발판 등을 죄다 가져와 구멍이란 구멍을 최대한 막아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틈사이로 계단을 오르려는 시도를 해대는 통에 나는 노심초사하며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따로 분리해 두었던 미덕, 코난, 토리가 있는 방문을 열어주었다.

후각에 민감한 고양이들은 함께 사는 고양이가 병원만 다녀와도 달라진 냄새를 감지하고, 경계를 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역시나... 이상한 것을 목에 두르고, 병원냄새를 풍기는 코코와 몽돌이에게 우리 집 최고 예민냥 '코난'이가 연신 하악질을 하며 경계를 하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예민냥 '토리'도 덩달아 털을 세우고 하악질을 하며 최고의 경계태세를 보였다. (아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이 상황들을 보내야 했다.)

 

토리 :) 고장 난 빽스텝을 밟아 보아냥~
토리 :) 넥카라가 은근히 편하다냥~ 잠이 솔솔
코난 :) ㅋ 인물난다냥!!


며칠뒤인 1월 25일.

우리 집 예민냥 코난이와 토리의 중성화 수술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 둘도 예상했던 대로 마취가 풀리자 고장 난 난리부르스를 쳤다. 나는 그래도 두 번째 경험이라고 조금 더 차분하게 그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동영상까지 찍는 여유를 보였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수술을 하고 온 토리와 코난이는 서로의 모습에 하악질을 했고, 가만히 있던 코코까지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 첫째?라고 오해를 받고 있는 몽돌이는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고,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엄마고양이인 미덕이는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형제냥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핥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엄마는 엄마였다. 자식들을 못 알아보는 엄마는 없지. 암... (우리 미덕이가 어떤 엄마인데... 그 모습마저도 감동이었다.)


중성화 수술 후, 일주일정도 넥카라를 하고 지낸 사형제 냥이들은 큰 사건사고 없이 수술부위가 잘 아물었고, 드디어 해방의 순간을 맞이했다. 답답했던 넥카라를 벗겨준 순간, 그동안 속시원히 하지 못했던 폭풍그루밍으로 몸을 단장하기에 바빴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꼬맹이들~~


우리 사랑스런 미덕이 :) 고생많았다냥~


사형제 냥이들의 수술과 회복을 잘 마치고, 일주일정도 뒤에 미덕이도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암컷고양이라서 전신마취를 한 뒤 개복수술을 해야 했고, 회복 기간도 조금 더 오래 걸렸다. 코난이와 토리가 엄마를 못 알아본 건 아니겠지만, 달라진 엄마의 냄새와 넥카라를 한 모습이 낯설었는지 또 하악질! 을 해댔고, 삼일정도 지나고 나서야 경계를 풀고 본래의 사이로 돌아갔다. 정말 못 말리는 예민냥이들이다.


넥카라 따위 문제 되지 않는다냥!
그루밍 못하는 코코를 정성껏 핥아주는 미덕이 :) 정말 천사 엄마냥이다옹!


이렇게 다섯 마리 고양이 가족의 중성화 수술이 탈없이 마무리되었다.

사형제 냥이들의 첫 목욕을 감행했을 때도, 본래의 체취가 없어진 서로의 모습에 무섭도록 경계하는 통에 3일 동안 전쟁을 치른 느낌이었다. 중성화 수술과 회복 기간 동안에도 전전긍긍하며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며 나 또한 예민하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고양이는 정말... 생각보다 더더더!!! 특히 후각이 뛰어나고 예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예민함의 정도는 냥바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했던 초보집사는 어느새 경력직 집사가 되어 조금씩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쌓아가고 있다. 3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도 보는 순간순간마다 무해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알다가도 모를 늘 새로움을 간직한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급하게 힘을 주어 다가가면 깨지고 부서질까 봐 조심스럽고, 너무 귀해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다가가야 하는 존재가 고양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귀여운 존재들이다.


다섯 마리 고양이의 집사로서 큰 과제들을 무사히 해결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나니, '그동안 잘 지내왔구나.'하고 안심이 된다. 앞으로도 우리 고양이님들과 우리 집사들이 별 탈 없이 건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예민해도 괜찮아, 그래야 고양이지!
스트레스 덜 받도록 집사가 더 배려해 줄게 :)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 고양이 중성화

고양이의 중성화는 암컷이 수컷을 부를 때 내는 '메이팅 콜',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강한 냄새의 오줌을 분사하는 '스프레이' 등의 행동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유선종양, 전립선 질환 등의 생식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성성숙기가 오기 전, 생후 6개월 전후에 받는 것을 권장한다.


- 고양이의 후각

고양이의 후각 수용체는 사람보다 6배 이상 많아 다른 고양이의 소변이나 취선(냄새를 동반한 분비물이 나오는 곳) 냄새만 맡고도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고양이는 코가 아닌 입으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윗니에서 콧구멍까지 이어진 '서비골 기관'을 이용해 코로 들어온 냄새와 다른 경로로 냄새를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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