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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Nov 02. 2018

엄마라는 존재

우연히 인터넷상에서 연령대별로 엄마에 대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짧게 표현한 글을 보았다. 해당 글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나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자식이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엄마의 사랑과 그리움에 씁쓸함이 함께 교차했다.

글은 다음과 같다.     


5살_ 엄마 사랑해요

11살_ 엄마 시끄러워

16살_ 짜증 나 귀찮아

19살_ 이 집을 나가고 싶어

25살_ 엄마가 말한 대로였어

30살_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50살_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아

70살_ 엄마가 돌아온다면 모든 것을 잃어도 좋아     


나이가 들어도 자식에게 엄마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존재인 것 같다. 설령 칠십 먹은 노인일지라도.

자식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개인마다 다양한 대답이 나올 듯싶다. 가수 라디의 ‘엄마’ 가사처럼 자식에게 엄마는 고맙고, 미안하고, 애틋하면서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나와 첫 교감을 한 사람만으로도 엄마는 자식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 속담처럼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신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엄마의 영향력은 실로 거대하다. 도서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김상옥박사 저)에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따라, 눈길 한 번에 따라, 제스처 한 번에 따라 아이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손정연 저),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다카하시리에 저),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가야마리카 저) 같은 도서들도 출판되고 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힘든 들을 위한 심리치유서이다. 때로는 자식에게 엄마는 수치심, 죄책감, 분노를 느끼게 하는, 고통과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마다 정의하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이어령 선생의 ‘어머니 품속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다’라는 말처럼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만인이 공유하는 ‘엄마상’이 있다.



“그녀는 내게 엄마 같아”라는 말에 우리는 더 묻지 않아도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 아마도 ‘집’, ‘고향’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따스함’,‘편안함’,‘안락함’과 같은 정서일 것이다.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 죽어가는 군인들의 마지막 절규는 “집에 가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였다.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용사의 실제 증언에 따르면 전사한 전우들의 마지막 외침 또한 “오카상(엄마)”였다고 한다.


나에게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나무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나무는 비바람이 치고 태풍이 와도 뿌리가 뽑혀나가지 않는 한,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싹이 돋고, 푸른 잎이 지나 짙은 빛깔을 드러낼 때에도, 나뭇잎의 수명이 다해 앙상한 줄기만 남을 때에도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변함이 없다.


나뭇잎은 매년 떠나가지만 세월의 흔적만 남긴 채 꿋꿋이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는 마치 집을 잃은 아이처럼 갈 곳 없는 고아가 된 느낌이었다. 엄마는 사춘기 딸의 짜증과 예민함을 온몸으로 받을 때도 나무처럼 늘 항상 그 자리에 계셨다. 그래서 사춘기 딸은 엄마에게 유독 모진 말을 내뱉으며 안심하고 집을 나섰는지 모른다.


늘 그 자리에 있을 나무 같은 엄마니까.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알았다.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나무의 뿌리가 뽑힌 그날 이후,

정착지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동동 떠다니는 배처럼,

파도와 바람에 나도 그렇게 흘러갔다.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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