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는 섬이라 생선이 많고 맛있는 편인데, 명절만 되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시장이나 근처 어부들에게 직접 찾아가 싱싱한 생선을 사 오신다. 사온 생선은 일일이 손질을 하고, 간을 하여 살짝 말려놓으신다. 약간 꾸덕꾸덕하게 말린 생선을 프라이팬에 올려 구우면 온 주변에 짭조름한 냄새가 퍼지는데, 고슬고슬한 밥에 갓 구워낸 생선을 그 위에 올려 먹으면 이보다 맛있는 반찬이 없다. 나는 아직까지 우리 할머니가 손질한 생선 구이보다 맛있는 생선 구이를 먹어 보지 못했다. 그만큼 내가 명절마다 기다리는 음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이맛있는생선구이를준비하는과정은쉽지 않았다.
"할머니이거일일이다손질하시면시간오래 걸리겠어요"
"한메칠걸리제~ 생선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 쳐서 말리는 게 제일 일이여"
생선을 굽고 계신 우리 할머니
"이 많은 생선을한 번에다구워 놓으려니까양이엄청많네요"
"아주 겁나~ 겁나~"
"시간이이렇게많이걸릴 줄몰랐어요"
"그래도지금은날이좋아서괜찮지,겨울에준비할라고하믄손이시린당께"
이날 저녁, 연휴 전날이라 가족 중 나만 시골에 내려왔기에 간단하게 밥을 먹고 싶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포함해 코다리 조림, 양념게장, 홍어, 전복, 게 찌개, 각종 나물 반찬 등 모든 반찬이 총출동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근데 할머니 이거 다 준비하시느라 너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명절에 너그들이 내려와서 맛나게 먹으면, 그게 그렇게 좋아
명절에 시골에 내려오지 않고 다른 곳에 갈 생각을 했던 내가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