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사람이 잘하고 못할 사람이 못한다면, '방법'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30여 년 전, 학창 시절에 필자가 했던 혼잣말이다.
동일한 영어 자료, 동일한 실천 방법을 사용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아직 훈련에 적응도 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자주 목격하게 되고, 스스로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어느 날 필자 자신도 모르게 나왔던 말이다.
누군가 영어 훈련에서 성공했지만,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서 성공했다면 그 개인에게는 축하할 일이지만 '방법'의 입장에서는 성공 기준이 다르다. '방법'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의 방법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성공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공학에서는 '그 방법에 신뢰성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각자의 타고난 언어적 감각과 타고난 '의지와 인내'가 다르고, 크게 보면 모국어도 다를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각자가 '쉽고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고, 각자 자신이 '약하고 강하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다를 것이고, 각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 등도 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일한 영어,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발성, 발음, 리듬, 어순, 어휘, 문법, 사고방식, 듣기와 말하기 중에서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부분들은 모두 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훈련의 효과와 결과도 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현되는 각자의 훈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방법이 없다면 '방법'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 고민은 왠지 인생 화두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필자를 평생 따라다녔다.
이 이슈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늘 함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이슈의 해결 방법에 대한 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토목 공사 프로젝트 또는 IT 프로젝트에는 그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 나가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라는 방법론이 있다. 전체 진행 과정이 어떤 단계로 구성되고 그리고 각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각 단계를 마치면 어떤 결과들이 나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전체적인 체계가 잡혀 있다. 그리고 각 단계별 작업을 수행하는 가이들도 있고 실제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실천 방법이나 도구들에 대한 정보도 제시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진행 체계와 가이드를 각 상황에 맞게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이것을 '테일러링(tailoring)'이라고 말한다. 재단사가 고객의 몸에 맞게 천을 자르는 것과 같은 작업을 현장 사정에 맞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이슈에 대한 해결책의 힌트가 되었다.
영어 훈련이라는 프로젝트는 각자의 실천 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능력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것들이 있다. 즉,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하더라도 능력의 성장은 모두가 일정한 단계를 따른다. 이름을 붙인다면 '텍스트 차원, 감각 차원, 실전 차원' 정도가 될 수 있다. '텍스트 차원 능력'이란 발음 방법, 단어, 문법을 검색하는 차원의 능력 수준을 말한다. '감각 차원 능력'이라는 것은 소리와 표현에 대한 영어식 느낌에 주목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말한다. '실전 차원 능력'이라는 것은 '생각과 감정' 차원에서 상대와 듣기 말하기 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말한다.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성장시켜 나가는 사람 중에서 이런 단계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성장 단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훈련을 체계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즉, 능력 성장 단계를 기준으로 해서 전체적인 훈련 진행 단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리고 각 단계의 성장 목표를 위해서 훈련자들이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지도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훈련 가이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법들과 도구들을 정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처음의 시작 기준만 잡히면 이후의 작업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훈련자들은 그것을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의 현재 능력 수준과 성향에 맞게 '테일러링'해 나가면서 훈련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수준과 성향이 다른 모든 훈련자들이 동일한 훈련 체계를 사용하면서도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훈련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이전에 말했던 '경유지 중심의 접근'에 해당한다).
현실에서 이런 식의 훈련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합리적인 전체 훈련 체계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훈련자들은 그 체계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훈련을 해 나가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테일러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필자가 화두처럼 생각했던 이슈에 대한 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모습의 영어 훈련을 구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EOE 방법론과 EOEP 훈련 체계 그리고 훈련용 가이드였다. 훈련자들은 이것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훈련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훈련자들이 EOEP를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훈련자들이 어떻게 하면 EOEP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를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간단히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7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