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하트] 온다 리쿠
두 명이 모이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고 싸움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결혼식 때 주례사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남편을 존중해주고, 아내를 사랑해주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결혼을 앞둔 지인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입니다. 인간에게 사랑이 없었다면, 문화도 없었을 겁니다. 예로부터 음악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레나데였고, 미술은 사랑하는 사람의 초상화였으며, 문학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연서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0대가 되면, 20대의 정렬적인 사랑을 잊어버립니다. 어쩌면 사랑이 식었다고 슬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찐 사랑은 열정적이고 폭풍 같은 감정이 아니라, 편안하고 아늑한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실에 머물러 있는 40대의 사랑은 서로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풋사랑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는 믿음과 편안함 역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일 겁니다.
조선 궁중 무희이자 관기였던 '리진'이라는 여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리진은 사실상 조선 최초의 근대화 여성인데요, 1890년대 조선에서 프랑스까지 배를 타고 이동하여 3년간 파리에서 생활했습니다. 잠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1대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는 본국으로 돌아갈 때, 고종에게 게 청하여 리진을 아내로 맞아 함께 데리고 갑니다. 리진의 기록은 제2대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프랑댕이 쓴 회고록 <En Coree (한국에서)>에서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3년 뒤 콜랭 드 플랑시는 제3대 주한 프랑스 대사로 임명되어 리진과 함께 조선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리진은 다시 관기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콜랭 드 플랑시가 홀로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 금 조각을 삼켜 자살로 생을 끝냅니다.
리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모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플랑시가 리진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 리진을 닮은 한국 여인 조각상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였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전합니다. 플랑시가 리진을 프랑스로 다시 데려가지 못한 이유를, 조선의 강력한 관기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신경숙의 소설에서는 리진이 명성황후와 고종의 명령에 따라서 사랑하지 않는 프랑스 대사를 따라 먼 나라까지 갔다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선에 돌아와서도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희생양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보다는 다큐 프로그램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플랑시 대사가 혼자서 프랑스로 돌아간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진심으로 함께 하고자 했다면 분명히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겁니다. 플랑시와 리진은 3년 여가 지난 세월 속에서 열정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사십 대가 된 지금도 찐 사랑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찐 사랑을 만들어야지 하는 욕심도 버리고, 찐 사랑인가 하는 의심도 버리고, 그저 묵묵히 긴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알게 되는 감정이 아닐는지요.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세상사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상대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원망하고 속상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이 사십에도 여전히 상대가 먼저 배려해주고, 사랑해주길 바라게 됩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음에 대한 원망과 속상함이 쌓여가고, 평정심이나 배려심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여전히 싸우고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찐 사랑은 그 사랑이 끝났을 때 알게 되는 걸까요. 일상의 편안함과 아늑함이 찐 사랑이라고 말하려 해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입을 가로막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생각하게 되는 화두가 바로 사랑, 찐 사랑이지 않을까요. 인류를 발전시킨 거대한 원천인 사랑, 찐 사랑을 내가 지금 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라이온하트] 온다 리쿠 지음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 위해, 몇 번의 생애를 거듭하는 이야기입니다.
오직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몇 차례의 인생을 바치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래전, 미혼의 20대 여성이, 찐 사랑이란 이런 것 같다고 느꼈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