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김수현
"숫자 7은 어떤 게 생각날까?"
"응, 숫자 7은 내 나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이와 작년에 숫자 7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질문과 동시에 곧장 돌아온 대답은 바로 내 나이였습니다. 7살, 정말 '미쁜' 나이입니다.
이쁘고 + 밉고 + 이쁘고 + 밉고 + 이쁘고 +...
미쁘다는 단어를 아시나요? 사실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믿음직스럽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미쁘다는 단어를 보면, 밉다와 이쁘다의 조합으로 보입니다. 미쁘다, 미쁘다, 미운데 이쁘다, 아이를 키우면서 미쁜 순간은 일상다반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쁘다'의 밉다 역시 사전적 의미와는 다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미움과 기쁨의 연속입니다. 아이가 밉다는 말에는 늘 사랑스러운 내 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로 싫은 게 아니라 아이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는 되면서도 그 순간 엄마를 힘들게 하니 밉습니다. 그리고 미운 그 순간에도 아이는 정말 이쁩니다. 미움과 동시에 이쁜, 이중적인 감정이 동시에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 육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미운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육아의 감정을 저는 '미쁘다'라고 말합니다. 그 단어의 진짜 의미가 믿음직스러움이라서, 밉다는 단어보다 죄책감이 덜합니다. 지금은 '미쁜' 아이들이지만, 미쁘게 자라나 줄 것 같습니다.
'미쁘다'와 같은 감정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가능한 특별한 감정입니다. 사회생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정일 텐데요,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이쁘거나 밉거나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저는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아갔을 때, 이쁨을 받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초등학생인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결정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지 가끔 상상하곤 합니다. 타인에게 이쁨 받으면서 동시에 주체적인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이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반대로 두 아이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의 눈에 엄마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요? 저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매우 헌신적인 분이십니다. 모든 어머니가 자식에게 헌신하며 사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못하겠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엄마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딸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은 엄마처럼 자식을 지키면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아이들에게 저는 어떤 엄마로,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요?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4시, '미쁜' 두 아이는 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기든 아이든 잘 때가 가장 이쁩니다.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칭얼대면 엄마 배 위에서 재우기도 합니다. 바닥에 눕히면 칭얼대며 잠을 자지 않던 아이들도 엄마 배 위에서는 콜콜 잘 잡니다. 둘째는 자다가 일어나면 엄마 배를 꼭 끌어안고 다시 잠이 듭니다. 이제는 제법 커서 포옹할 때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첫째도 잘 때는 항상 안아달라고 합니다.
두 아이가 빨리 자라서 엄마손이 덜 가기를 바라다가도, 엄마품에 안겨있는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길 바라기도 합니다. 너무 훌쩍 크지 말고 딱 나이에 맞게 성장하기 바랍니다. 2살 아래 동생을 챙기느라 엄마 노릇을 하는 첫째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든 건 아닌지 미안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두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주문을 외웁니다. 항상 건강하렴. 항상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렴. 너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되렴. 사랑해.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동시에 나를 지켜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소개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말랑말랑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지만 각 주제마다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가볍게 후루룩 써 내려간 책이겠거니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요, 생각의 깊이가 담겨있어서 후루룩 읽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작가가 몇 살이지 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인생의 통찰력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일러스트와 감각적인 글로 쉽게 읽힙니다.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장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주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