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거기, 딱밤 좀 맞아야겠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by 온단

8

많은 사람들이 눈사람을 떠올릴 거예요. 며칠 전 둘째 아이의 입학식 날 눈이 와서인지 더욱 눈사람 같아 보입니다.


숫자 8을 옆으로 돌려볼게요. 무한을 의미하는 기호 같아 보이기도 해요. 저희 아이들은 '땅콩'을 떠올렸어요. 껍질을 벗기지 않은 땅콩! 그러다가 땅! 콩! 하고 소리가 나는 딱밤을 떠올렸어요. 묵지빠로 딱밤 맞기 게임을 했던 때를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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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밤 맞아보셨어요?

동그랗게 붙인 손가락이 서서히 나의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 너무나 긴장이 되죠.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에서 퍼지는 진동이 아프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을 거예요.


딱밤 떼려 보셨어요?

최근에 누구에게 딱밤을 발사해보았나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 사람 딱밤 좀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저는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딱밤을 날리고 싶어 집니다. 머리를 거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입에서 만들어져 곧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악의를 가지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악의도 없고 동시에 생각도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 한 사람이 저에게 다른 사람의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다른 아무개의 주차된 차를 어떤 아줌마가 긁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안부까지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군요 하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무심히 대답하는 저에게 그 사람이 다시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그랬데요. 저는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제가 멀뚱히 있자, 상대방이 또다시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라고 말이죠. 두 아이의 엄마, 즉 아줌마인 저에게 아줌마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재차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당혹스러워서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가깝지 않은 사이였고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였기에, 특별히 악의를 가질만한 사건도 없었으니까요. 저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웃으면서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뭘까? 난 어떤 반응을 해야 하지? 순간적으로 복잡하고 안 좋은 감정이 들었지만, 저는 네 그래 요하고 말을 끝냈습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을 몇 번 더 겪은 후, 그 사람은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악의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말 때문에 어느 날은 밤새 속상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딱밤을 몇 대나 날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정작 딱밤을 맞을 사람은 바로 제 자신이었어요. 무례한 사람에게 당신이 지금 나에게 무례한 말을 하고 있다고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말입니다. '악의 없이'한 말이니 그냥 넘어가야지 생각했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악의 없는 말이었더라도 나에게 무례한 언사였다면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나의 기분을 나쁘게 했고, 나를 무시하는 말로 들릴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했어야 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말입니다. 그랬다면 밤새 속상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날 속상했던 건, 상대방의 말 때문만은 아닐 테니까요. 거기에 한 마디도 대응하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억울해서였을 겁니다.


'좋은 게 좋은 거' '괜찮아 괜찮아'

평소에 남편이 저를 표현하는 말들입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하다는 거죠. 사실 저는 문제가 생기는 걸 안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웬만하면 괜찮고, 좋다고 생각하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어디 가든 잘 어울릴 사람이라는 평을 받기도 해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정 맞을 일이 없는 사람인 거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어디서든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악의를 품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악의를 품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그래서 게다가 적은 수의 사람들과 교류했던 터라 다툼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미친놈 불편의 법칙'을 겪게 되었어요. 어디에나 있고, 아무도 아니면 결국 내가 미친놈이라는 유명한 '법칙'이지요. 가만히, 온몸의 신경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내 일만 하는 사람은 그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지요. 하지만 극소수의 미친놈은 우리 인생을 너무 피곤하게 만듭니다.


미친놈에 대처하는 자세!

아무 말하지 못하고 밤에 이불만 차는 나에게 딱밤을!


그들에게는 분명히 말해주어야 합니다. 당신의 예의 없는 말과 행동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이죠. 하지만 매우 예의 바르게 대응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무례하게 군다면 결국 나도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는 거죠. 직급이 나보다 위이거나, 나이가 많거나한 경우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해요.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기분 나쁜 내 입장을 밝히는 거예요.


태도는 예의 바르게, 하지만 말의 내용은 분명하게!


내성적이고 온순한 사람들에게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례한 그들에게 당신이 무례하다고 꼭 말해주어야 해요! 땅콩! 딱밤! 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정말 유명한 책이지요. 초승달 밤이었던 겉표지가 봄날로 바뀌었네요.

나미야 잡화점에서 누군가 편지를 쓰다가 창밖의 꽃잎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지는 날입니다.

과거의 내가 그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면, 조금 더 똑똑하게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갈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편지가 닿지 않더라도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요. 편지로 전하고 싶었던 마음에 대해서요.

모두의 소중한 인생이 바른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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