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외발자전거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문인수

by 온단

외발자전거를 탈 줄 아시나요? 아주 예전에 모 일본 출신 가수가 방송에서 외발자전거 타기를 선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생 때 외발자전거를 배운다고 하면서요. 사실 그때 처음 알았어요. 외발자전거를 일반인들도 탈 수 있다는 걸요. 재주나 묘기를 부릴 때 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외발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숫자 10을 보면서 두 아이는 외발자전거를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디서 외발자전거를 본 것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한 발로 나아가는 외발자전거. 저는 인생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혼자서 설 수 있으되,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죠.



대학시절 여성학 개론 수업 시간에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결혼해서 살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의 의사 준비를 뒷바라지했는데요, 남편이 의사가 된 이후 아내의 공부를 돕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남편이 드디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아내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오로지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살아온 아내였는데요, 자신의 꿈을 이룰 차례가 되었지만 그 기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내는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이 아닌 일상의 노동을 계속해야 할 겁니다. 당시만 해도 자신을 희생하며 남성을 뒷바라지하는 여성이 많았기에, 좀 더 자신을 챙기라는 의미로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챙겨가면서 다른 사람을 도우라는 의미였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도 남자 친구가 의사가 되도록 뒷바라지했지만 버림받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뒷바라지하다가 버림받는다는 상황은 흔한 내러티브입니다.


아기를 안고 비행기에 탔다는 상상을 해볼게요. 갑자기 사고가 나고 산소호흡기를 써야 합니다. 이때 산소호흡기는 누가 써야 할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사고의 현장에서 바로 당신이 산소호흡기를 쓰라고 조언합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당신이 산소호흡기를 써야 아기를 돌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써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 내가 최소한의 산소라도 마셔야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입니다. 상대방에게 산소호흡기를 대어주다가 결국 자신은 산소결핍으로 위험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무슨 일을 하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자신이 살아있어야,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신을 희생하고 나면, 결국에는 원망과 허무함만 남게 됩니다.



위의 언급했던 부부의 이야기에서 아내인지 남편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자기 스스로 온전히 설 수 있어야 하지요. 홀로 설 수 있으면서 상대방을 뒷받침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홀로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돈? 직업? 자존심? 집? 특기나 취미? 아마도 생계를 위한 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요. 건강을 잃으면 나의 생활을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지?"

"건강"


저는 항상 두 아이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거의 매일같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알려줍니다. 20대까지만 해도 에너지가 넘쳐나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점점 노화가 시작되면 그제야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30대까지는 괜찮겠지 하다가, 40대가 되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건강을 챙겨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달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 중 한 명만 입장이 가능했지요. 입학식이 끝난 뒤에 아이는 엄마, 아빠, 할머니, 누나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큰 아이의 입학식 때도 물론이고 둘째 아이의 입학식 때도 어김없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몇 해전 작고하신 아이들의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두 아이를 정말 사랑하셨던 분이셨기에 아이들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면 항상 생각이 납니다.


얼마 전 아버님의 친구분께서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닦고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코드 스티커가 보였는데요, 차를 새로 사셔서 손수 걸레질을 하고 계신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곧이어 자연스럽게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아이들과 온 가족을 태우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걸 좋아하셨지요.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행복해하실지요.


태어나 주어서 고마워.

아이들의 백일이나 돌잔치에 자주 사용되는 문구입니다. 비단 아이들뿐일까요. 이 세상 그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옆에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일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그런 생각이 커져갑니다. 그저 이 세상에 나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작고한분들이 나와 함께 해주신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 숨 쉬는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을 떨쳐내기가 어렵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들에게 주문을 겁니다. 두 아이의 뼈와 세포에, 숨결에 깊이 각인되도록 말이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가렴"



외발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봅시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그 어디라도, 아무 데나 내빼 봅시다.

"나는 지금 텅 빈 비밀, 이곳에서 이곳이 아니다. 날 모르는 이런 시골,"

나와 무관한 풍경들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도합니다.

때로는 그런 편안함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럴때 이 시집을 읽어보세요.

문인수 시인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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