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의 구조

- 독서 초보

by 공황돼지

배경지식과 신뢰도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베스트 드라마 TOP10 따위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동의하는 목록도 있겠지만 뒷광고이거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추천인도 있었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사기꾼을 감별하는 감각과 추천 작품을 분별하는 감각은 다르지 않습니다. K-pop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외국인은 일본과 중국 곡이 섞인 K-pop 목록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한류 전문가가 제공하는 K-pop목록은 의심 없이 믿을 것입니다.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본 사람은 K-pop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외국인과 같습니다.


"당했다!"라는 말은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속는 것과 상대에게 속는 것입니다. 전자는 독서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저에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추천한 지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늘 저의 편이었습니다. 저를 속일 이유가 없었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후자는 마케팅의 영향입니다. 만족스럽지 못했고 비판적인 서평이 많은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이달의 큐레이터 추천 목록'에 있던 것입니다. 허영심에 의한 추천도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내가 이 책을 읽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들 모두를 허영으로 간주해서도 안됩니다. 독서 포럼에서 언급되는 도서를 허영이라 말하는 태도는 열등감입니다.


당하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독서 경험을 늘리는 것입니다. 편법은 없습니다. 독서량을 쌓으면서 획득해야 합니다. 막막한 분들을 위해서 저의 독서 기록을 시간 순으로 적어두었습니다. 간접적인 경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신뢰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자신이 있습니다. 저의 독서기록은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CCTV를 확인하면 더 많은 증거가 나올 겁니다. 짧은 서평들은 직접 적은 것입니다. 구글에 붙여 넣기를 해보면 중복문서가 없습니다. 구독자 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떠한 마케팅의 영향도 없습니다.



추천인의 취향과 작품의 성향

전문성과 신뢰를 겸비한 추천도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취향의 차이겠지요. 취향이라 하면 장르를 떠올리실 텐데 가치관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해피앤딩과 새드앤딩은 이상과 현실의 대립입니다. 진보적인 가치관은 소수와 약자의 이야기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수적인 사람은 가난을 이겨낸 성공신화와 가족과 국가를 염려하는 스토리를 선호합니다. 동양 문화권에 속한 사람은 권선징악에 익숙할 것이며 서양이 취향이라면 히어로물에 끌릴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나 복잡한 생물입니다. 작품은 하나의 가치관만을 담아내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추천인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BTS의 열렬한 팬이라면 멤버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장르를 알 것입니다. 어느 멤버의 추천인지 안다면 작품의 방향성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멤버가 추천하는 발라드와 발라드 덕후인 멤버가 추천하는 발라드는 다른 감각입니다. 이처럼 추천인의 취향을 이해하면 능동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취향은 파악하기 까다롭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되도록 취향을 숨기지 않고 독서기록을 적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저의 캐릭터도 감이 오실 겁니다.


둘째는 작품의 성향을 예측하는 감각입니다. 영화라면 감독, 배우, 트레일러만 보아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독서 입문자가 보는 추천 도서 목록은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작품을 소개하는 공식적 루트는 마케팅이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서평을 추천하지만 스포일러 위험이 있습니다. (비소설은 스포일러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서기록에 짧은 서평을 남겼고, 소설의 내용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작품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추천인의 취향을 알고 작품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기준점을 찾기 쉽습니다. 추천인이 SF마니아라면 SF장르에 가산점을 주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해당 작품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경우도 있습니다. 정보를 종합하면 제시된 추천 목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추천 순위 1-2-3을 3-2-1 또는 2-3-1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제시하는 능동적인 추천 도서 목록입니다.



추천의 맹점

"너 자신을 알라." 좋은 말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면 기준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채워야 할 부분을 모르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리 포터>가 1순위 추천목록에 있더라도 판타지 장르에 흥미가 없다면 과감하게 하향 조정해야 합니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면 굳이 심리 치료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추천도서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호기심뿐입니다. 호기심의 방향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명확해집니다.


제 브런치북은 맹점이 있습니다. 독서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겨우 105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글솜씨도 형편없고 배경지식도 부족합니다. 제가 추천을 받아야 할 판입니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을 위해서입니다. 만약 어려운 책 몇 권을 앞부분에 배치했다면 5권도 못 읽고 포기했을 겁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추천의 맹점, 마지막은 독서 의지입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 미안합니다. 하지만 읽으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떠한 추천도 무의미합니다. 저는 비포장 도로를 경고할 수 있을 뿐 자율주행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소설은 지루한 구간이 있습니다. 모든 비소설이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500만 개가 나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이유도 그러한 것 중 하나에 끌려서가 아닙니까? 저는 독서 지도사가 아니어서 어떠한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험상 "참고 읽는다." 보다는 "그냥 읽는다."라는 마음가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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