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31415
12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평온의 집'에 관한 이야기. 설 연휴에 정신 상태가 좋지 좋았다. 치유라는 소재에 끌렸고 소설과 비소설의 비율을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했다. <흑산>에 이은 두 번째 소설이다. 흑산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소설은 도입부 적응이 어려웠다.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는 독자는 낯선 곳에서 막 의식을 찾은 사람과 다르지 않다." 스티븐 킹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는 50~100p정도 읽어야 의식을 찾는 듯하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배우기보다 느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13
10주년 개정증보판인 것을 보면 인기가 많았던 책 같다. 인터넷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러 가지 예시와 과학적 근거를 내세운다. 말이 좋아 '변화'지 '퇴화'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현대인의 안 좋은 습관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책에서 말하는 안 좋은 습관이 나에게는 거의 없었다. 나의 핸드폰은 하루에 2~3번만 시끄럽다. 방에 TV도 없고 멀티태스킹도 하지 않는다. 독서도 실물책으로 하고 글쓰기도 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책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고 있는 셈이었다. 굿.
14
<사회심리학>에서 이런 언급이 있다. 옥시토신이 불안과 우울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소설을 읽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소설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최근 느꼈던 불안이 조금 가라앉기도 했다. 그것이 소설의 효과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의지할 대상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낫다. 범죄 스릴러 장르여서 전반적으로 어두웠지만 따듯한 여운이 남아서 좋았다. 기왕 시작한 독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챙겨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옥시토신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있다.
15
특이하고 특별한 책이다. 독서량이 100권이 넘어도 최고 중 하나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인 행운도 있었다. 책에서 <종의 기원>이 자주 언급되는데 독서량 15권인 사람의 완독 리스트에 <종의 기원>이 존재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종의 기원>을 읽지 않고 심지어 찰스 다윈이 누군지도 몰랐다면 감동이 덜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독서를 하는 이유가 책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기대된다. 읽기 어렵더라도 위대한 책들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초반에 한 철학자를 언급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눈앞에 놓인 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지금은 흐릿하게나마 이해한다. 우리가 우주의 먼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주의 먼지는 중요하다. 먼지가 없으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하다.
소설 비중이 높아졌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소설이다. 뒤에 두 권은 의식적으로 비소설을 골랐다. 편독에 관한 두려움이 싹튼 것 같다. 독서에서 결과물을 얻으려는 욕구가 생겨나고 있다. 지식이나 영감 사고력 확장 같은 것을 기대하는듯하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독서를 시작했는데 이유가 늘어난다. 며칠 전 컴퓨터를 끄고 무의식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독서를 찬양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거부감은 사라졌다. 습관 형성은 66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사탕을 좋아하는데 66일이나 필요할까? 오글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독서가 좋아진다면 습관이 필요할까 싶다. 습관 형성에 연연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