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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Jul 29. 2020

식단 관리 말고 우울증 관리





 우리는 예고도 없이 다가오는 우울감을 그대로 집어삼키고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것들과 어깨에 지고 있던 것들을 허무하게 내려놓는다. 그 순간만큼은 당장 세상이 무너지기를 바라며 우리가 무리하게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기만을 바란다. 힘든 밤을 지새우고 맞이한 다른 하루에, 알람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일에 집중하며,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그렇게 우리는 우울감을 한 번 더 소화시킨다. 


나는 이것을 인간의 극단적 본능(Extreme Instinct)이라 한다. 평소에 고기를 반 근밖에 못 먹는 사람이라도 손이 떨릴 정도로 심각하게 배가 고플 때면 1kg도 단번에 먹어치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식욕이 생기지만, 막상 1kg를 시켜 먹기 시작하면 한 근도 못 먹고는 배가 터질 것 같이 괴로워한다. 이렇게 극단적 본능을 통제하지 못 하는 상황을 보고 우리는 '미련하다'고 한다. 


아무리 심각하게 배가 고파서 상당한 식욕이 밀려와도, 우리는 고기 1kg를 주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본능을 통제할 줄 아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와중에도 우리는 평소 먹던 양을 고려하고, 건강을 신경 쓰며, 진행 중인 다이어트를 떠올린다. 우리는 식욕을 통제하는 하에 적은 양의 고기만으로도 흡족하게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매 시간 사회화된 무의식 하에서 모든 종류의 본능과 그에 따른 욕구를 통제하며 살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감을 몽땅 삼키고는, 지구 상에서 가장 불쌍한 비운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하게 우울해하면 벌금을 낸다는 법이 있거나 사회의 비난을 받는다는 통념이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울감은 생각보다 쉽게 통제의 범위에서 벗어나곤 한다. 우리가 돈과 몸을 걱정해서 식욕을 조절하고, 일과 생활을 걱정해서 수면욕을 조절하듯, 우울감 또한 조절될 필요가 있다. 우울하지 말란 뜻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우울의 무게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미련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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