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과 개인적 해석
다음은 1956년 출간된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저서 <사랑의 기술>을 요약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 또는 관심이 있는 이에 있어 이해와 판단에 도움이 되고자 글을 올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며, 필자의 개인적 해석이 다소 담겨 있음을 알린다.
1. 사랑은 기술이다. 기술 없이 그저 행운만 있으면 찾아오는 '즐거운 감정' 중 하나로 치부한다면 실패에 도달한다.
2. 사랑을 배우는 것도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것과 같이, 이론 습득, 실천 습득, 그리고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검토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1. 사람은 인간의 힘을 상실된 채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것을 '분리감'이라 한다.
2. 분리감은 어떤 대상과의 '합일'에 의해 해결될 수 있지만, 일치와 합일은 다르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합일을 위한 평등의 과정을 일치를 통해 만들고자 하고 있다. 평등이란 것은 우린 같은 존재이면서도 각기 독특하게 실재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3. 그 합일의 궁극적 단계가 '사랑'이다. 이때 합일을 만드는 사랑이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즉, 사랑을 어떻게 받느냐가 아닌, 서로 어떻게 주느냐의 논점인 것이다.
4. 이때 '주는 것'은 희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가진 기쁨과 슬픔의 감정, 존경 등의 생산적인 요소들을 줌으로써 상대의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5. 이러한 사랑을 위해서는 보호, 책임, 존경, 상대에 대한 지식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위 요소들을 갖춘 사랑을 하며 서로 주고받았을 때 상대와 합일의 상태에 이르러 분리감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고, 곧 이것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1. 아기는 갓 태어났을 때 어머니 배에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누구와 무엇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다.
2. 이때 어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기에게 줌으로써 아기는 수동적인 사랑의 경험을 하게 된다.
3. 반면 아버지의 사랑은 이성과 판단, 사회성 등의 세계에 발을 딛게끔 돕는 조건부 사랑이다.
4. 아기가 커감에 따라 아기는 작은 요소들부터 독립을 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랑의 대상이 아닌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5. 이 과정에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혹은 아버지의 가르치는 사랑이 결여된다면 이것은 갈망으로 남게 되어 강박신경증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6. 결국 아기는 커가면서 자기 자신이 어머니이자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1. 사랑의 올바른 대상을 찾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에의 사랑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세계를, 그리고 나 자신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만 사랑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것은 그저 확대된 이기주의다.
2. 형제애 : 형제애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능, 지식 등의 차이가 존재하나 인간적 핵심의 동일성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무시 해도 좋을 정도로 작다. "이집트 땅에 가면 너희도 이방인이니, 그러므로 이방인을 사랑하라."
3. 모성애 : 모성애는 이타적이고 비이기적인 일방적 사랑이다. 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임과 동시에 '행복한 사람'이어야 하며, 그래야만 아기에게 젖(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을 줄 뿐만 아니라 꿀(분리에 필요한 능력)도 줄 수 있다.
4. 성애 : 오직 한 사람과의 융합을 소망하는 배타적 사랑이다. 신체적 결합, 강렬한 감정 등과는 구별된다. 이는 나의 생명을 다른 사람의 생명에 완전히 위임하는 행위이다. 감정과 성적 매력 등은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므로, 성애는 판단과 결단, 의지와 위임이 있어야 한다.
5. 자기애 :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불가분한 관계를 갖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면 다른 사람도 생산적으로 사랑할 수 없고, 오히려 사랑이라고 혼동하는 비정상적인 관계가 발생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6. 신에 대한 사랑 : 인간은 자연에서 벗어나 동물과 구별되고 싶어 하나 결국에는 그럴 수 없으므로, 자연과 합일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며, 그것이 바로 '신격화'다. 신에게는 인간의 사랑과 동일하게, 행동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부계적 측면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모계적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신의 이름, 형상 등이 존재한다고 해야 하냐(유신론적 측면), 그렇지 않느냐(비유신론적 측면)에는 견해의 차이가 있으나 둘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즉, 신에 대한 사랑은 신에 대한 사상이나 지식이 아닌, 신과의 일치감을 경험하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올바른 사고 또는 올바른 행동을 강조시킨다. 결국, 위의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서 자식 본인이 나중에 아버지이자 어머니가 되는 것과 동일하다.
1. 자본주의의 발달 이후, 노동의 규격화에 의해 인간은 개별적 자아가 아닌 '상품'으로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생기는 고독감을 해소하고자 사랑과 결혼을 하게 되고, 이는 '붕괴된 사랑', 즉 사랑의 실패로 이어진다.
2.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성행위로 인한 기쁨이 곧 사랑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했다. 성행위의 결과가 사랑이 아닌, 사랑의 결과가 성행위인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관점으로 사랑을 바라보고, 이상적인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3. 붕괴된 사랑의 기본 조건은 애인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전부가 유아기 때 받던 어머니, 또는 아버지로부터의 사랑을 애인에게서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육체는 성숙했으나 감정적인 미숙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4. 두 번째 조건은 우상화이다. 상대를 우상화하고 자기 자신을 내려놓으며 그야말로 '숭배'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상대에게 실망하기 마련이고, 다른 우상의 대상을 찾는 악순환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5. 세 번째는 감상적 사랑이다. 매스컴에서 소비되는 사랑의 형태에 매료되어 이러한 가공적인 경험에 참여함으로써 고독과 분리감을 완화시키는 마취를 받는 것이다.
6. 네 번째는 애인의 결함이나 결점에 관여하는 '투사적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사랑은 결국 상호 투사가 되며 실패로 끝난다. 또한 이러한 투사는 자식에게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자기 자신의 실존에 대한 문제를 자식에게 투사하여 자식으로부터 그 의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끝내 실패하기 마련이다.
7. 마지막은 갈등이 아예 없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갈등이 없는 것은 불가능하며, 때로 갈등은 오히려 각자에 대한 지식과 힘을 더 길러주기도 한다.
8. 서로의 실존적 핵심으로부터 사귀며 그로부터 자기 자신을 진정히 경험하는 것만이 유일한 사랑의 기반이다.
9. 신에 대한 사랑조차 붕괴되고 있다. 중세 종교 문화에서는 신을 아버지이자 어머니로 여기며, 자기 자신의 최종 생활 목표를 신의 원칙으로 사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현대에서의 우리는 모든 생활을 그저 본인들의 물질적 갈망과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하는 데만 바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신과의 합일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며, 그릇된 사랑이다.
1. 어떤 기술의 실용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실용에 필요한 요소는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이다.
2. 훈련은 외부에 의해 행해지는 규칙처럼 여겨져선 안 된다. 자신의 의지가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3. 정신 집중에는 '홀로 있는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어떤 행동과 사고 없이 홀로 있을 줄 아는 것은 사랑하는 능력의 조건이기도 한데, 홀로 있을 수 없어 상대에게 의지하는 것은 그릇된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화, 독서, 경치 구경 등의 행동을 할 때도 온전히 그 행동이 그때의 최고로 중요한 것이 되도록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4. 이러한 정신 집중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실재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마치 운전을 할 때 아주 작은 모터 소리라도 평소와 다르면 예민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5. 사랑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는 '자아도취'를 극복하고 객관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아도취는 자기 내면의 존재하는 것만을 현실로서 경험하는 것으로,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본인에게 유익한가, 위험한가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경험된다. 내면과 외부를 각각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6. 곧 현대의 붕괴된 사랑은 자아도취의 상대적 결여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이러한 목적에 전 생애를 바쳐야 한다.
7. 정리하면,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모든 상황에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내가 객관성을 잃는 상황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자아도취적 왜곡에 의해 상대를 바라보는 것과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8. 또 중요한 성질은 '신앙'이다. 이는 신에 대한 믿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 사랑하는 상대, 더 나아가 인류에까지 신앙을 가질 수 있는데, 내면의 동일성, 지속성, 가능성 등에 대해 견고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신앙이 견고해야만 상대에게 신앙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올바른 사랑의 기술이 된다.
9.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나의 사랑을 받는 이로부터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것이다. 사랑은 신앙의 작용이며 따라서 신앙을 갖지 못한 자은 거의 사랑하지 못한다.
10. 또 중요한 성질은 '활동'이다. 이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을 생산적이기 위해 사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사랑에 덧붙이면, 상대에게 '계속적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주는 것'이 된다.
11. 그런데, 온갖 사회적•경제적 조직에서 각자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공정성의 원칙(Give&Take)에 의해서만 살아가고 있다면 올바른 사랑은 어떻게 실천되는가?
12.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랑은 필연적으로 주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이 주변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조에 중요하고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변화의 방향은 이 책에서 제시되었다. 책에서 제시하듯, 사랑만이 인간의 실존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라면, 사랑의 발달을 배제하는 사회는 멸망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