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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by 김진성


모두가 꽁꽁 싸매는 겨울이 오면

우리 집 처마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 고드름이 맺힌다.


그 녀석이 매달려 있는 데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단지 햇빛이 고개 들면 자연스레 떨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꽃들이 떠들기 시작할 때쯤 이미 바닥에 있겠지만,

다시 찬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에 있을 게다.


또 떨어지길 기다리며 햇살이 피면 녹아들 것인데

그놈은 아무 명분도 걱정도 없이 오늘도 매달려 있다.


언제부터일까,

고드름만도 못하게 어설프게 매달려 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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