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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스스로 챙기는 것

누구에게 바랄 수 없다.

by 김진성


2010년 이후 대한민국 사람들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를 하나 꼽는다면 저는 '자존감(자아존중감)'을 고르고 싶습니다. 인간관계, 금전, 취직 등 대표적인 걱정들은 자존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을 관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에 상당히 인색하고,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데 상대방의 자존감을 신경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존감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을 스스로 챙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내면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자존감이란 이미 사회학에서도 '상대방으로부터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의 인정'으로부터 얻어지는 의식적인 부분으로 정의됩니다. 즉, 본인이 얼마나 성숙하였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의식하는 것부터가 자존감을 신경 쓰는 첫 번째 단계라는 의미가 됩니다.


또한 자존감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닌, 존재하냐 존재하지 않느냐로 구분지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넌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을 했을 때,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의식'을 가지게 됨으로써 자존감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타인의 인정으로 인해 자존감이 올라가는 1차원적인 구조보다는, "타인의 인정으로 >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며 > 자존감이 제고되는" 순서일 것입니다. 초점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에 두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기대할수록 결과가 더 좋지 못한 결과가 생기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자존감이 부족하다며 더 과잉된 사고와 행동을 할수록 스스로를 더 깊은 골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존감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저는 '나의 삶의 가치'에 대하여 고민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우선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저녁에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등 나의 하루에 대해 총체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현재 일을 쉬고 있지만 매일 9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뉴스를 보고, 주식 시장 흐름을 체크하고 책을 읽은 후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그 후 영어 공부 및 독서, 산책, 이력서 작성으로 오후 일과를 보낸 후, 저녁 식사 후에 마치지 못한 공부와 독서를 하며, 시간이 남는다면 영화나 다큐 한 편을 본 후 잠에 듭니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한 후, 그중 생산적인 활동이 얼마나 있었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생산력의 크기는 신경 쓰지 않고서 말입니다. 저는 금융권 직무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경제 뉴스와 주식 시장 관망, 경제 서적 독서, 영어 공부, 이력서 작성이 생산적인 활동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루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일과가 생산적인 활동을 지니고 있으므로, 저는 아무것도 이루거나 타인의 칭찬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가치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자존감은 생겨납니다. 사실 외적인 요소로 보면 저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방치할 수 있습니다. 직장도 없고, 공부는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도 없고, 오히려 입사 불합격 소식만 팽배하니까요.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자존감은 사라지기도,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하루에 생산적인 일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점검해볼 것을 권합니다. 부족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신경 써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정된 일과 속에서 하루를 마친 후 오늘 얼마나 내 삶의 가치가 존재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하며 잠에 든다면, 분명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입니다.


자존감은 필사적으로 좇는 대상이 아니라, 성숙한 삶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마냥 타인이 나의 자존감을 만들어주기만을 간곡히 기다리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얼마나 성숙성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자존감은 높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외적 요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큰 힘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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