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해결책이 생긴다.
삶을 헤쳐 가다 보면 막다른 길이 내 앞을 가로막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직장 업무, 학업, 인간관계 등,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우리네 인생에 필연적입니다. 저는 이때 상황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가 '상담사'가 되어 그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중학교 2학년, 저는 여느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수포자'였습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제 친구들은 모두 인문계 진학을 희망했기에, 친한 친구들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를 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수학 성적을 어느 정도 맞추지 못하면 인문계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성적이 처참했습니다. 수학 점수를 따내 보겠다고 무작정 책을 펼쳐보지만 숫자와 영어가 만들어내는 외계어의 향연에 다시 책을 덮었더랬죠.
학원을 다닐 형편은 아니었기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자 당시 EBS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가장 친근하고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선택해, 하루에 하나씩은 듣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실력이 늘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수학을 싫어해서 '수포자'가 된 것인데, 아무리 친근한 선생님과 함께한들 그 경직된 문제집을 꼬박꼬박 푸는 것에는 반사적인 거부감이 함께했습니다.
이때,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제가 아는 것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당시 제가 듣던 EBS 강의에서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올리는 질문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그 게시판은 원래 강의를 담당하는 선생님께서 답변을 주는 장소였으나, 저는 무작정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의 문제를 풀어주고 댓글로 그 풀이 과정을 남겼습니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강의 한 번 듣고 문제집 대강 훑어본 것이 전부이니 친구들이 올린 문제들을 풀려면 공백의 종이에 30분, 많으면 1시간까지 끄적이며 문제를 풀어내야 했습니다. 문제집에 수록된 공식들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수차례 뒤지며 말입니다.
그 결과, Win-Win의 게시판이 형성되었습니다. 원래는 선생님들이 바빠 익명의 학생들의 많은 질문에 모두 답변이 가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어느새부턴가 매일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 모든 학생들의 문제를 풀어주고는 없어지니 선생님도, 학생들도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더불어 저 또한 자연스럽게 수학 실력이 늘어가는 것은 물론,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뚜렷한 동기부여가 솟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교 수학 성적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그 강의를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도움을 준 것이 고맙다며 직접 사인한 당신의 저서를 제게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넘쳐나는 뿌듯함을 주체 못 하고 그 책을 두 번, 세 번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수포자에서 수학 영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누구보다 저를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남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 그렇지.
그렇다면 남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배워보는 건 어떨까.
그야말로 본인 스스로에게 '컨설팅'을 해준 것이죠. 하지만 그 컨설팅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부담도 없을뿐더러 컨설팅의 상대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려운 일에 부딪혔다면, 그곳에서 비롯되는 불만과 짜증, 억울함 등의 감정들을 배제하고 타인의 일처럼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상황을 침착히 정리하고, '셀프 코칭'을 하는 것입니다. 명쾌한 해결책이 항상 제공되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스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책도 홀연히 나타날 가능성도 크고요.
모태솔로도 연애 상담을 해주고, 취업준비생도 직장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일러줍니다. 그런데 자신을 제일 잘 아는 본인이 그 고민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단지 그 문제를 감정 속에서 주관적인 틀 안에서 의식하느냐, 최대한 내려놓고 객관화하여 의식하느냐의 여부 문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