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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이거나, '삶'이거나

버티고 있는가, 즐기고 있는가.

by 김진성


저는 인생을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합니다. '연명(생존)' 또는 '삶'입니다. 전자는 당장의 1분 1초를 버티기 위해 숨을 쉬고자 하는 것, 달리 말해 마지못해 사는 것이라 하겠고, 후자는 인생의 가치와 인간의 실존 이유를 파악하며 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당장 연명보다는 가치 있는 삶을 좇으라는 말은 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본인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장기적으로 남을만한 일을 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그때만을 위한 행동으로 가득했는지 말입니다.


저는 정확히, '연명'에서 '삶'으로 극적으로 전환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야말로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이제는 삶의 가치를 확립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삶의 가치가 '연명'에 자리 잡게 되면 안주할 가능성이 커 다른 가치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연명만 해왔구나'를 알아챈 순간은 취업 준비를 하며 수십 장의 이력서를 작성하던 때입니다. 분명 대학생 때까지 누구보다도 바쁘고 시간도 남지 않게 살아온 것 같은데, 졸업을 하고 보니 누구보다도 이력서가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동아리나 공모전 수상, 학생부 활동, 무엇 하나도 적을 수가 없던 것입니다.


아르바이트를 조금 줄여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더 나았겠다, 하는 아쉬움을 기초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 내 삶의 가치를 바꾼 들 전혀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미래를 위한 선택을 연속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생활은 연명했던 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궁핍해졌는지 모릅니다. 아니, 더 궁핍해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연명하고자 했던 때보다 돈이 없을 뿐, 시간을 쪼개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경제 공부를 하고, 읽고 싶은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소비하니 적어도 당장 실패할지언정 10년 후의 나는 더 나아질 것이란 확신을 들게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찾은 새로운 삶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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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의식하고 점검하여야 하겠으며, 조금씩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늘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직 세상에 완벽한 감기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항생제 성분을 투약해 당장의 기침과 콧물을 멎게 해 줄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 기침과 콧물은 신체의 불순물을 배출하는 행위로, 상당히 불편하지만 나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감기약 명분의 항생제를 먹으면 면역력이 생기는 것을 일부 제한시켜 감기에 쉽게 걸리는 몸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감기약을 먹고 당장의 기침을 멎게 할 것인지, 불편함을 참고 10년 후에도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할 것인지는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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