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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돈의 노예?

퇴사 버튼을 눌러라!

by 돈시맘

나에게 월급이 뭘까?

나에게 돈이 뭘까?

난 왜 이 노예 짓을 자처해서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던져본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답은 없다. 전혀 반응이 없다. 나 스스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싫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기계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퇴근을 한 뒤 집에 돌아와서도 반강제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구조. 그래서 생각이란 것을 하기를 거부한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오늘’ 살아남아야 하는 큰 과제가 있기에 내 사고를 요구하는 모든 질문은 배제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외딴섬에서 혼자 살기 위해 아등바등을 치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고 나만이 유일하게 날 구원할 수 있다. 내가 봐도 내 모습이 참 안타깝고 불쌍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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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돈의 노예였을까?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동안 그렇게 나에게 질문들을 퍼부었는데 피곤하고 힘든 회사 생활에 치여서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바보 같은 짓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다.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을 다시 찾고 싶었다. 회사에 돈 때문에 구속된 자유를 뺏긴 노예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이 치기 시작한다.


난 모든 시간을 회사에 바친다. 내 시간, 내 감정, 내 에너지를 모두 회사에 팔면서,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월급이다. 내 소중한 것들과 바꾼 것이 월급인 것이다. 회사는 나를 소비하고 난 내 시간을 내 인생을 회사를 위해 바친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대가는 돈으로 환산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렇지만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삶은 불행해져만 갔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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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퇴사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볼까?라는 희망도 가져보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퇴사는 늘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한 줄기의 희망이다. 언제나 사표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너무나 화가 나고 때려치우고 싶을 때 사표 파일을 꺼내어서 날짜를 업데이트한다.

내일은, 이 사표를 꼭 제출할 것이라고. 정작 그다음 날에는 사표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먹은 사람처럼 출근한다.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퇴사 버튼.

이 버튼을 얼마나 오랫동안 누르고 싶었는지. 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 생활비, 대출, 아이 교육비 등등 퇴사를 하면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지도 못하면서 퇴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지금껏 직장 생활만 하면서 누구누구 회사의 한 구성인으로서 살아왔는데, 그걸 내려놓는 순간 나는 누구로 살아야 할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내 수입이 사라져 버린다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퇴사? 그것은 선택지가 아닌,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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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것이지만, 정작 회사에서 벌어오는 돈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려면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양면성이 너무나 가혹하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돈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내 심정을 회사가 아는지 사표를 제출하려고 할 때마다 연봉이 올랐다. 그러면 난 그 연봉을 받고 퇴사의 버튼을 내 머릿속,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무작정 돈을 쫓아가는 삶을 반복하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다.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 날 구속하는 이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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