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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Dec 31. 2022

그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의 리더

리더의 조건

노자
참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참 알고 있지 않다.
-노자


노자는 기원전 약 700년 전, 춘추시대 추나라의 철학자이다. 예수 출생을 기준으로 기원전후를 판단하는 지금의 연도체계에 따르자면, 예수가 태어나기 한참 전이다. 노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활동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참 진리는 그렇게 수천년을 지나면서도 변함이 없다.


그는 '도덕경' 제17장에 리더의 4가지 유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 중, 가장 위대한 리더인 첫번째 리더를 太上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라 하였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 글의 제목처럼 '그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의 리더'를 최고의 리더로 꼽았다. 조직원들이 생각하기에 리더가 있다는 정도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통제와 지시를 배제한 리더십을 말한다.


이 방식의 리더십을 통해 직원들은 스스로 동기부여 되고 소명의식을 가진 채 일할 수 있다. 본인이 자기 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다. (아래 글에서 조직원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문화에 대해 기록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10


리더는 그저 존재한다는 수준으로 비전만 제시하기 때문에, 의사결정부터 책임까지 직원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 일을 마무리 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도 직원의 몫이다. 성장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 퇴사/이직에 대한 욕구도 줄어든다. 왜? 내 일이고 내 제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인간은 '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 남이 시킨 일은 시늉만 낼 뿐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목표는 누군가의 '지시사항'에 불과하다. 월급받기 위해 대충 처리하면 그만인, 그저 그런 목표인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太上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의 리더가 필요하다.


있다는 정도의 존재감만을 보이고, 업무를 위임하고, 권한을 부여해주면 조직원들은 알아서 움직인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문제를 확인하고 일을 찾아서 처리한다. 리더와 조직원들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다가오는 대변혁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제는 재택근무가 당연시되고 있으며,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방향이다. 거스를 수 없다. 일부 리더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왜? 기존에는 사무실에 모두 강제 출근하게 해서 '통제/관리/지도편달'을 하는 것이 본인들의 존재 의미였다면, 재택근무 시대에는 그런게 필요 없어진다.


모두 성과와 결과물로 평가받고 판단받는다. 누가 일하고 있는지, 일하지 않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직원들 자리를 돌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누가 일하나 일안하나 숨통을 죄듯 관리하는 사람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 예전 내가 아는 어떤 리더는 모니터에 메신저를 띄워놓고 ‘자리비움’으로 상태가 바뀌는 팀원을 관찰, 경고 및 주의를 주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팀원들은 그를 '근태요정'이라고 불렀다. AI로 많은 일자리가 삭제되는 미래에, 그런 식의 관리자는 간단한 로직으로 대체 가능하다. '곧 사라질 직업'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존재의미를 알리려고 마이크로매니징하는 리더는 이제 불필요한 것을 넘어, 오히려 방해하는 존재가 된다. (아래 글에 마이크로매니징에 대해 기록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94


상세기획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문구하나, 폰트하나 트집잡고, 자세한 구현 방법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사람은 '본인은 직접 일하지 않고 이래라저래라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 된다. (실제로 자기가 구현할 껀 아니잖는가?) 이런 사람 특징. 굳이 회사에 나와서 오프라인으로 얼굴보며 미팅하자고 한다. 그걸로 본인의 존재의미를 찾는다. 재택근무 이전에는 그렇게 한 마디씩 얹고 '지도편달'하며 일하는 척 했지만. 그게 안되니 두려운거다. 불러다 앞에 앉혀놓고 간섭하고 통제할 수 없으니 불안한거다. (최근 트위터의 CEO 일론 머스크는 그런 중간관리자들을 대부분 내보냈다.) 실무자들은 각자 재택으로 본인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누가 일했는지 투명하게 다 드러난다. 김대리가 며칠 밤을 꼬박 새우고 작성한 문서를 박과장이 최팀장에게 전달, 최팀장이 그대로 갖고 올라가 상무에게 보고하고 "역시 3팀이 최고야!" 라고 칭찬을 들으면, 그건 3팀이 잘해서가 아니다.(박과장, 최팀장은 더더욱 아니다.)

그건, '김대리가 잘한거다.' 공헌도에 대한 기록이 클라우드에 다 남는다. 원격 근무를 하면 투명하게 다 드러난다. 오후 3시에 팀원들 자리를 어슬렁어슬렁 돌며 모니터를 훔쳐보고, '지도편달'하며 광파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太上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의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단지 있다는 정도의 존재감으로,

어떻게 하면 조직원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며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를 정비하며 비전을 만들어주는 그런 리더.


썩은 사과는 과감히 내보내고, 훌륭한 팀원들만을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어주는 리더.


'이거 진행하세요.' 가 아닌,

'혹시 업무 하면서 어려운 점 없어요?' 라고 물어봐줄 수 있는 리더.


'지시'가 아닌 '공감'으로 소통하는 리더.


그런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온다.

아니 이미 와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지양해야 할 리더의 조건은 

其次畏之(기차외지)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리더. 이런 리더 아래에서는 그 누구도 의견을 내지 못한다. 조직은 시나브로 망해간다. 정작 리더 본인은 그걸 '카리스마', '강한 리더십', '조직 장악력' 등으로 표현하는 게 함정.


其次侮之(기차모지)

모든 사람이 욕하는 리더. 말해 무엇하랴.


예전에는 其次畏之(기차외지)와 其次侮之(기차모지)를 모두 갖춘 리더(빌런이라고 불러야 하나)들이 많았다. 더 이야기해보고 싶지만, 굳이 최악의 리더 조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소중한 브런치 스토리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첫번째 리더의 조건에만 주목하자.

우리 모두 언젠가는 리더가 된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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